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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내가 사랑한 건 네 젊음이었을까

등록 2009-03-15 18:44

페넬로페 크루즈 ‘엘레지’
페넬로페 크루즈 ‘엘레지’
페넬로페 크루즈 ‘엘레지’
성도덕 관념이 투철한 사람이라면 새 영화 <엘레지>를 피해야 할 것 같다. 영화는 첫사랑보다도 떨리는 노년의 사랑을 그리는 동시에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신랄한 공격을 담고 있다.

영화에는 두 노인이 나온다. “일생 일대의 실수”였던 결혼에서 빠져나와 여러 여자를 만나며 살아가는 대학교수 데이비드(벤 킹슬리), 그리고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몰래 바람을 피우는 조지(데니스 호퍼). 둘 중 누가 더 바람직한지, 누가 더 나쁜지를 따지는 건 부질없어 보인다.

데이비드는 서른 살 아래인 제자 콘수엘라(페넬로페 크루즈)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처음엔 사랑이라기보다 성적 욕구에 가깝다. 그러나 노인은 당당하고 기품 있는 콘수엘라의 아름다움에 자제력을 잃고, 의심하고 질투하기 시작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데이비드가 콘수엘라의 얼굴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다. “아름다운 얼굴이야. 눈을 뗄 수가 없어. 그거 알아? 넌 예술품 같아. 진정한 예술품.”

이 대사는 소유할 수 없는 젊음에 대한 절망의 표현이다. 원작이 필립 로스의 소설 <죽어가는 동물>(The Dying Animal)이란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엘레지>는 나이듦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젊은 여자하고 자니까) 좀 젊어진 느낌이 드냐”는 조지의 물음에 데이비드는 “애들하고 축구한다고 애들이 되지는 않는다”고 답한다.

유머와 역설이 번뜩이는 영화를 보고 나면 서양 예술로 한 상 가득 차린 정찬을 대접받은 것 같은 포만감이 느껴진다. 가슴을 드러낸 페넬로페 크루즈의 열연도 높이 살 만하다. <사랑해 파리 : 바스티유편>의 이자벨 코이셰 감독. 19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누리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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