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하늘(31)
‘7급 공무원’ 김하늘
국정원 두 요원 ‘연애 해프닝’
카리스마·코믹 넘나들며 열연
“반응 너무 좋으니 더 불안해”
국정원 두 요원 ‘연애 해프닝’
카리스마·코믹 넘나들며 열연
“반응 너무 좋으니 더 불안해”
21일 오전 서울 인사동의 한 레지던스 호텔. 약속 시간이 3, 4분 지났을까, 배우 김하늘(31)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벌써 오셨어요?”
한마디 건네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 머리 손질에 바쁘다. 드라마 <온에어>의 새침한 ‘오승아’가 살짝 보였다. 이윽고 방 안에서 데시벨을 조금 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터뷰 먼저 하나요? 사진 먼저 찍나요?”
사진을 먼저 찍고 자리에 앉아 23일 개봉하는 영화 <7급 공무원>(감독 신태라)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더군요.
“기자 시사회 반응이 그렇게 좋은 건 처음이었어요. <동감>이나 <동갑내기 과외하기> 때도 반응이 좋기는 했는데, 이번과는 비교가 안 되는 것 같아요. 보통 기자 시사는 썰렁하잖아요. 그런데 막 뒤로 넘어가면서 너무 재미있게들 보시더라고요. 처음엔 들떴는데, 이젠 반응만큼 잘 안되면 어쩌나 불안해요.”
김하늘은 인터뷰 전날 새벽 3시에 겨우 잠이 들었다. “소중한 분들을 모시고” 브이아이피 시사를 했는데, “그렇게 외로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평소엔 외로움을 별로 느끼지 않는 편인데, “이번 영화에 너무 많은 걸 쏟아부어서 그랬는지, 알 수 없는 공허감 같은 게 밀려왔다”고 했다.
-<7급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어요. 그냥 로맨틱 코미디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수지’라는 캐릭터가 일과 사랑으로 나눠지는 순간이 재미있더라고요. 액션 연기도 있어서 도전 의식이 생겼고요. 여주인공이 액션하는 건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물잖아요. 내가 하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어요. 여러 가지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7급 공무원>은 국가정보원 소속 정보요원인 두 남녀가 신분을 속이고 연애를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김하늘이 연기한 안수지는 혼자서 남자 서넛 정도는 너끈히 해치울 수 있는 베테랑 요원이지만, 강지환이 연기한 이재준은 해외 부문에서 막 넘어와 현장 경험이 전무한 신참이다. 웃음은 주로 ‘얼떨떨하고 엉거주춤한’ 강지환에게서 터진다.
-김하늘씨가 강지환씨의 코믹 연기를 잘 받쳐주더군요.
“전 코믹 연기 많이 해봤잖아요. 제 캐릭터가 베테랑 요원이어서 멋진 프로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어요. 물론 재준이랑 붙는 장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망가지지만. 저도 (재준이처럼) 그런 호흡으로 갔다면 (영화를) 망쳐버렸을 거예요. 둘의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사무적으로 대하던 김하늘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진 것은 데뷔 당시 얘기를 꺼냈을 때였다. 첫 영화 <바이 준>(1998), 그리고 두번째 출연작 <닥터 K>(1999)를 촬영하면서 김하늘은 많이 울었다. 연기 못한다고 꾸지람 들어 울고, 몰래 전자오락 하다가 들켜 혼나서 울고…. 극장에서는 자기 연기를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표정은 어색하고 목소리는 거북했다. <동감>(2000)에서야 비로소 “나도 예쁜 구석이 있구나. 조금 발전했구나” 자위할 수 있었다.
배우 데뷔 11년차, <7급 공무원>으로 10번째 영화를 찍은 김하늘은 이제 작품 전체를 생각하고, 상대와의 호흡을 조절할 줄 아는 배우가 됐다.
관객들이 무얼 원하는지 알기 위해 모든 드라마를 2회까지는 꼭 챙겨 보고, 개봉 영화도 부지런히 본다. “작품 고를 때 같은 이미지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사생활 노출을 삼가는 철저한 자기 관리까지. 김하늘은 정말 ‘베테랑’이다.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어요. 그냥 로맨틱 코미디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수지’라는 캐릭터가 일과 사랑으로 나눠지는 순간이 재미있더라고요. 액션 연기도 있어서 도전 의식이 생겼고요. 여주인공이 액션하는 건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물잖아요. 내가 하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어요. 여러 가지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7급 공무원>은 국가정보원 소속 정보요원인 두 남녀가 신분을 속이고 연애를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김하늘이 연기한 안수지는 혼자서 남자 서넛 정도는 너끈히 해치울 수 있는 베테랑 요원이지만, 강지환이 연기한 이재준은 해외 부문에서 막 넘어와 현장 경험이 전무한 신참이다. 웃음은 주로 ‘얼떨떨하고 엉거주춤한’ 강지환에게서 터진다.
배우 김하늘(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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