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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상상속 뱀파이어 연기, 배우로선 신나”

등록 2009-04-29 21:32

영화 ‘박쥐’ 주연 송강호
영화 ‘박쥐’ 주연 송강호
영화 ‘박쥐’ 주연 송강호
<박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인 동시에 배우 송강호의 영화다. 박 감독은 10년 전 이 영화를 구상할 때 이미 송강호에게 출연을 제의했다. 이후 박 감독이 꾸준히 영화를 다듬어 오는 동안 주연 송강호는 변하지 않는 ‘상수’였다. 송강호가 아니었다면 <박쥐>도 없었을 터다. 경지에 오른 연기로 기대에 부응한 송강호를 지난 27일 만났다.

“10년전 이 영화 찍었더라면
풍요롭고 깊은 연기 못했을것
성기노출은 꼭 필요했던 장면”

-박 감독이 10년 전 출연 제의했을 때 어땠나요?

“같이 <공동경비구역 JSA>를 할 때였죠. 충남 서천 갈대밭에서 밤샘 촬영을 마치고 아침을 먹는데, 갑자기 <복수는 나의 것>이랑 <박쥐> 얘기를 꺼내는 거예요. 둘 다 너무 파격적이어서 과연 주류 상업영화로 제작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생기더라고요. 당혹스러워서 출연 제의에 대답도 제대로 못했다니까요.”

-이후 <복수…> 작업을 같이 했죠?

“<복수…>는 박 감독이 작가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작품이었죠. 당시 어떻게 그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는지, 지금 봐도 대단해요. 이후 <박쥐>도 하겠거니 했는데, 결국 10년이 걸렸네요. <복수…>가 ‘파격의 출발’이었다면, <박쥐>는 ‘파격의 완성’이라고나 할까.”


-<박쥐>를 구상했을 당시에 바로 만들었다면요?

“그랬다면 지금처럼 풍요롭고 깊이감 있는 작품이 안 나왔을 거예요. 박 감독이 <복수…> 이후 여러 영화를 만들면서 대중과 거리를 좁혀 왔기 때문에 이런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저도 젊었을 당시라면 가톨릭 신부인 주인공의 금욕적인 삶과 인생의 깊이에 대한 표현이 지금보다 덜했을 거예요. <박쥐>에는 숙성이 필요했던 거죠.”

-뱀파이어가 현실에 없는 존재라 연기하기 어렵진 않았나요?

“현실에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배우로선 오히려 신나는 일이에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새로운 도전이잖아요. 부담스러워하기보다는 즐기면서 했어요. 상대역인 김옥빈도 나중에는 신이 나서 연기하더라고요.”


영화 ‘박쥐’ 주연 송강호
영화 ‘박쥐’ 주연 송강호
-주인공의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나요?

“뱀파이어라 해서 날카로운 송곳니에 카리스마 넘치는 배역은 아니거든요. 살려면 피를 먹어야 하지만 종교적인 신념은 지키려 하는, 인간적 고뇌와 번민에 빠진 인물이죠. 우유부단함으로 여자에게 계속 끌려가지만 마지막엔 스스로 마무리 지을 줄 아는, 참으로 생각할 여지가 많은 캐릭터예요.”

-멜로 연기는 처음 아닌가요?

“<밀양>에선 우회적이고 주변적인 사랑이었으니, 농밀한 감정의 교류는 이번이 처음이죠. 처음엔 낯설고 쑥스러웠는데, 나중엔 익숙해지더라고요.”

-시사회 직후 성기 노출 장면이 화제가 됐죠?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가장 추악하고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임으로써 마지막으로 사제로서 사명을 다하는,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숭고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관객이 이 장면의 속뜻을 금세 알아채긴 쉽지 않겠지만, 영화가 끝난 뒤라도 곱씹다 보면 알게 될 거라 믿어요.”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는데, 남우주연상 욕심은 없나요?

“워낙 거장들이 많아서 20편 안에 든 것만으로도 상 받은 것과 다름없어요. 사실 상을 위해 연기한 것도 아니고. 상 받으면 좋고, 안 받으면 그만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다음 작품은 뭔가요?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과 작업하기로 했어요. 영화에 대한 내용은 칸에 다녀온 뒤 말씀드리죠.”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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