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트랜스포머는 트랜스포머를 넘어선다.”
24일 개봉하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홍보 문구다. 할리우드 속편의 대표적인 전략은 압도적인 규모와 물량 공세로 전편의 성공을 넘어서보자는 것이다. <…패자의 역습>은 이런 전략을 충실히 따른다. 여기서 잠깐 전편의 성공을 되짚어보자. ‘내가 타고 다니는 차가 로봇으로 변신한다면?’ 어린 시절 이런 종류의 장난감을 접해본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음 직한 ‘로망’이다. 이를 실사로 구현한다는데 누가 궁금해하지 않겠는가? 시지(CG: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시연이라도 하는 듯한 <트랜스포머>(2007)는 국내 관객 750만명을 모으며 역대 외화 흥행성적 1위를 기록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패자의 역습>에 전편보다 5천만달러가 많은 2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곤충 로봇부터 전투기 로봇까지 전편의 5배나 되는 60여종의 로봇을 투입했다. 특히 로봇 7대가 하나의 거대한 로봇으로 합체하는 ‘디베스테이터’는 압권이다. 이집트 피라미드, 중국 상하이 등지로까지 무대를 넓혔고, 상영 시간도 2시간 27분으로 늘렸다. 어느 모로 보나 양적 팽창이 눈에 띈다.
하지만 양적 팽창이 곧 질적 팽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할리우드 속편들이 되풀이해온 잘못을 <…패자의 역습> 또한 답습하는 듯하다. 더 많은 걸 보여주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이야기 만듦새가 허술해졌다. 전편의 아기자기하고 유머 넘치는 에피소드는 사라지고, 윤활유 없이 돌아가는 기계마냥 뻑뻑한 장면들만 숨차게 이어진다. 강한 자극이 일정하게 지속되면 무감각해지는 법. 눈앞은 더없이 화려한데 입에선 하품이 나오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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