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
윤제균 감독 ‘해운대’ 베일 벗다
총제작비 160억원짜리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가 지난 16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완성이 덜 된 컴퓨터 그래픽(시지) 화면으로 예고편을 만들었다가 이른바 ‘시지 괴담’에 시달렸던 영화치고는 성공적인 신고식이라 평할 만하다. 부산이라는 지역성에 기반한 꼼꼼한 리얼리티, 전형적이되 상투성으로 떨어지지 않는 인물 군상들, 그리고 윤제균 감독(<색즉시공> <일번가의 기적> 등)의 전매특허인 과장된 유머가 영화 막판의 물폭탄처럼 시원한 영화다.
배우들 완벽 사투리 연기 등
정교한 리얼리티 몰입 돕고
인물 군상·유머 표현도 좋아
CG 아쉽지만 시원한 작품될 듯 100만 피서 인파가 몰린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대형 쓰나미(지진해일)가 몰아친다는 설정의 이 영화는 2004년 동남아시아를 실제로 강타했던 쓰나미로부터 시작한다. 최만식(설경구)은 어렸을 때부터 같은 마을에 살았던 강연희(하지원)의 아버지와 함께 배에 탔다가 그를 쓰나미에 떠나보낸다. 애 딸린 홀아비인 만식은 연희를 몹시 좋아하지만, 연희 아버지의 죽음이 자신 탓이라는 자책감에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술에 절어 산다. 영화는 만식-연희의 사랑 이야기와 함께, 만식의 동생인 형식(이민기)과 서울에서 온 삼수생 김희미(강예원)의 애달픈 사연, 이혼한 부부의 재회(박중훈-엄정화) 등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풀어간다. 동네 건달이자 연희의 초등학교 동창인 오동춘(김인권)의 감초 연기는 재미와 볼거리 양쪽 모두에서 중대한 구실을 한다.
<해운대>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적인 삶을 살다가 거대한 파도를 만나는 이야기다. 할리우드 영웅담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요즘 유행하는 안티히어로(반영웅)물도 아니며, 특별한 악인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자칫 뻔하거나 닭살스러울 수도 있는 이야기 전개가 설득력을 갖게 되는 건 구체성에 기반한 꼼꼼한 리얼리티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게 부산 사투리. 부산 출신의 윤 감독은 설경구와 하지원에게 사투리 교사를 하나씩 붙였다. 특히 설경구는 엠피스리에 사투리를 녹음해 미세한 높낮이까지 익혔다.(사투리를 아예 포기했던 <화려한 휴가>의 주인공들과 비교해 보시라!)
이 영화를 좋아할지 여부를 점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윤 감독의 전작들에 이미 들어 있다. 술에 취한 만식이 ‘겔포스’인 줄 알고 일회용 샴푸를 입에 털어넣고 벌이는 해프닝이나, 형식이 바다에 빠진 희미를 구하는 장면에서의 슬랩스틱은 확실히 과잉의 혐의가 있다. 그러나 그 과잉의 유머 코드에 접속한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오히려 반가워할 법하다. 본격적인 쓰나미를 맞기까지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윤 감독 특유의 유머와 정교한 드라마 덕분일 것이다.
시사 당일 아침까지 수정 작업을 계속했다는 시지는 괴담에 시달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투모로우> <퍼펙트 스톰> 등의 컴퓨터 그래픽을 만들어낸 할리우드의 한스 울릭이 ‘물 시지’의 대가라는 소문은 허명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지만으로 보면, 실사인지 시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트랜스포머>를 경험한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3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정교한 리얼리티 몰입 돕고
인물 군상·유머 표현도 좋아
CG 아쉽지만 시원한 작품될 듯 100만 피서 인파가 몰린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대형 쓰나미(지진해일)가 몰아친다는 설정의 이 영화는 2004년 동남아시아를 실제로 강타했던 쓰나미로부터 시작한다. 최만식(설경구)은 어렸을 때부터 같은 마을에 살았던 강연희(하지원)의 아버지와 함께 배에 탔다가 그를 쓰나미에 떠나보낸다. 애 딸린 홀아비인 만식은 연희를 몹시 좋아하지만, 연희 아버지의 죽음이 자신 탓이라는 자책감에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술에 절어 산다. 영화는 만식-연희의 사랑 이야기와 함께, 만식의 동생인 형식(이민기)과 서울에서 온 삼수생 김희미(강예원)의 애달픈 사연, 이혼한 부부의 재회(박중훈-엄정화) 등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풀어간다. 동네 건달이자 연희의 초등학교 동창인 오동춘(김인권)의 감초 연기는 재미와 볼거리 양쪽 모두에서 중대한 구실을 한다.
영화 ‘해운대’
시사 당일 아침까지 수정 작업을 계속했다는 시지는 괴담에 시달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투모로우> <퍼펙트 스톰> 등의 컴퓨터 그래픽을 만들어낸 할리우드의 한스 울릭이 ‘물 시지’의 대가라는 소문은 허명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지만으로 보면, 실사인지 시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트랜스포머>를 경험한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3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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