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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쓰나미 흥행 비결은 대중적 코드에 숨긴 칼”

등록 2009-08-13 18:49수정 2009-08-13 19:02

영화 ‘해운대’ 윤제균 감독
영화 ‘해운대’ 윤제균 감독
800만 넘긴 ‘해운대’ 윤제균 감독
‘해운대’ 재개발 문제 등 비판적 이슈 다뤄…“SF·판타지로 세계 진출하겠다”
흥행도 쓰나미 같다. 윤제균 감독의 다섯번째 연출작 <해운대>가 개봉 22일 만에 전국 관객 8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 영화 역대 흥행 1위 <괴물>에 이어 두번째로 빠른 속도다. 이대로라면 다음 주말을 전후해 1000만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제균 감독은 아직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800만, 1000만이라는 숫자는 (내 인생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숫자라고 생각했어요. 노약자와 애들 빼면 두세 명에 한 명은 봐야 하는 건데, 그게 현실이 됐다고 생각하니 정말 꿈만 같죠. <1번가의 기적> 때 두달 정도 쎄(혀)가 빠지게 해서 겨우 270만인가 했는데.”

지금까지 통산 19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윤제균의 흥행 코드, 혹은 대중적 감각의 원천은 뭘까? 그는 “처음 받아 보는 질문”이라며 한참을 생각한 뒤 “나 스스로가 철저히 대중적이기 때문”이란 대답을 내놨다. 어렸을 때부터 <이티> <영웅본색> <오복성> <쥬라기공원> 등을 좋아했고, 그런 대중적인 감각으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게 흥행 비결이라는 것이다.

‘쌈마이 코미디’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영화들은 나름 사회 비판적인 이슈들을 다뤄왔다. <두사부일체>의 사학비리, <색즉시공>의 낙태, 미군 탱크의 여중생 압사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낭만자객>, <1번가의 기적>과 <해운대>의 재개발 문제에 이르기까지. “제 영화들은 나름 칼을 갖고 있어요.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웃는데, 저는 끝난 뒤에 묻고 싶었어요. 이게 정말 웃기냐고. 재개발, 좋다 이거예요, 그런데 꼭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하나,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자타가 공인하는 충무로 대표 흥행감독이 된 그의 인생은 영화만큼이나 곡절이 많다. 부산상고 출신으로 회사 임원까지 지낸 아버지 덕에 유복하게 살다가 아버지가 말년에 주식으로 재산을 날리면서 가세가 갑자기 기울었다. 결혼 뒤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아이엠에프가 터지는 바람에 가정이 깨질 뻔했고, 다니던 회사가 경영위기를 맞아 순환 무급휴직에 들어갔을 때 할 일이 없어서 끼적이기 시작한 시나리오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감독 데뷔작 <두사부일체>(2001)와 두번째 작품 <색즉시공>(2002)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세상에 겁날 게 없었던 그는 <낭만자객>(2003)이 실패하자 “인생의 동굴로” 들어갔다. 아무도 만나자는 사람이 없었고, 만나자고 해도 만나주는 사람도 없었다. “언론이나 평단이 ‘쌈마이’라고 나를 씹어도 관객만은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그때 처음으로 관객과 언론, 평단이 무서운 줄 알았다.” <1번가의 기적>(2007)으로 재기하기까지 무려 4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리고 감독인 그가 직접 투자자들을 상대로 세차례의 프레젠테이션을 해서 성사시킨 영화가 바로 <해운대>다.

그는 “<해운대>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세계 시장에 도전해보겠다는 것이다. 홍콩의 우위썬(오우삼) 감독처럼 혼자 할리우드에 가서 데뷔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 자본과 스태프,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 통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제가 그래도 투자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하나인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죠. 우리나라 영화가 상대적으로 덜 신경 쓰는 분야가 테크놀로지인데 <해운대>에서 배운 것도 있고 하니까 그걸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해보려고요. 우리 스태프 수준은 세계 최고예요. 배우는 외국 배우 쓰면 되니까요.”


현재 에스에프 호러인 <제7광구>와 에스에프 멜로, 가족 판타지 등 세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차기작을 고민중이며, 이달 안에 결정할 계획이다. 그의 쓰나미가 세계 영화 시장도 덮칠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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