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영화 ‘사일런트 웨딩’
루마니아 영화 ‘사일런트 웨딩’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한 사연만을 찾아다니는 티브이 방송 프로그램 촬영팀이 루마니아의 한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촬영팀을 맞는 것은 한때 이 마을의 술집 매춘부였던 노파. 할머니와 농밀한 성적 농담을 주고받던 촬영팀은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마을에 여자들만 산다는 걸 알게 된 이들은 그 이유를 취재하기 시작한다. 회합 금지 ‘실화 바탕’…침묵 속 몰래 결혼
멀러엘레 연출…역사 비극 웃음으로 승화 루마니아 영화 <사일런트 웨딩>은 루마니아인들이 실제로 경험한 역사적 비극을 농담하듯 가볍게 재구성한다. 난쟁이, 매춘부, 하인 출신 공산당원 등 전형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영화가 따분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희극적 제스처 덕분이다. 재치와 유머는 비극을 유쾌하게 승화하는 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스탈린주의자들의 무식함과 아둔함을 채플린식 슬랩스틱 코미디로 번안해 과장되게 표현하는 식이다. 때는 1953년 루마니아. 스탈린의 폭정이 목을 죄어 오던 무렵, 같은 마을에 사는 이안쿠(알렉산드루 포토체안)와 마라(메다 안드레아 빅토르)는 사랑에 푹 빠져 있다. 피끓는 청춘을 주체할 수 없는 둘은 들판과 창고를 가리지 않는다. 곡물과 빨래 등을 활용한 아름답고 독창적인 에로티시즘이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마라의 아버지는 결혼도 하지 않고 “붙어먹는” 이들을 창피해한다. 그러다 이안쿠가 결혼을 결심하자 마을은 축제 분위기로 바뀐다. 결혼식 당일, 술과 음식을 잔뜩 준비한 마을 사람들이 집시 음악에 들떠 있는 찰나, 마을 하인 출신의 공산당원 고고니아가 소련군 장교를 대동하고 나타난다. 스탈린이 죽었으니 모든 회합을 금지한다는 명령이 떨어진다. 결혼식도 장례식도 금지된다.
루마니아 영화 ‘사일런트 웨딩’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케이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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