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샤인 클리닝’
‘선샤인 클리닝’
3일 개봉하는 <선샤인 클리닝>은 분명히 독자적인 영화다. 2006년 개봉해 재미와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미스 리틀 선샤인>의 속편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두 영화엔 닮은 구석이 제법 있다. 제목에 ‘선샤인’이 들어간다는 공통점에다, 제작사와 프로듀서도 같다. <미스…>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괴짜 할아버지’ 앨런 아킨도 출연한다. 태생부터 <미스…>의 후광을 등에 업는 동시에 비교 또한 피할 수 없는 ‘속편 아닌 속편’쯤 돼버린 셈이다.
고교 시절 ‘퀸카’ 치어리더로 미식축구부 ‘킹카’ 쿼터백과 사귀며 주위의 부러움을 죄다 샀던 로즈(에이미 애덤스). 그러나 지금은 청소 일을 하며 홀로 어린 아들을 근근이 키우는 엄마다. 자기 대신 친구와 결혼해버린 고교 시절 애인과는 몰래 모텔 방에서나 만난다. 동생 노라(에밀리 블런트)의 삶도 구질구질하긴 매한가지다. 직장마다 번번이 잘리고, 아버지(앨런 아킨)에게 얹혀사는 신세다. 어느 날 아들 학비로 돈이 다급해진 로즈는 동생을 꼬드겨 새로운 일을 벌인다. 자살·살해 현장 전문 청소대행사 ‘선샤인 클리닝’을 차린 것. 어느덧 돈도 제법 벌게 되고, 벽에 튄 핏자국을 닦아내듯 삶의 얼룩도 조금씩 지워나가는 듯하다. 하지만 한번 꼬인 인생, 너무 쉽게 풀리면 시시해서일까? 노라가 혼자 일하다 큰 사고를 치고, 자매는 다시 바닥으로 주저앉는다.
이 영화 역시 <미스…>가 그랬던 것처럼 ‘루저’들의 삶을 온기 있는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다만 <미스…>가 달콤쌉싸래한 코미디로 풀어냈다면, <선샤인…>은 웃음기 지운 담백한 드라마로 풀어나간다. 별다른 파고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전개 때문인지 극적 재미는 <미스…>에 못 미친다. <미스…>는 끝내 가족이 함께 있어 희망도 있지 않냐고 말을 건넨다. <선샤인…> 또한 마지막에서 가족과 희망을 넌지시 얘기하는데, <미스…>보다는 덜 직접적이다. 좀더 관조적이랄까. 지난해 미국 개봉 당시 <미스…>만큼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두 여배우의 호연을 비롯한 나름의 매력은 적지 않다. 크리스틴 제프스 감독.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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