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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해할 수 없네요…청소년 관람불가”

등록 2009-11-25 19:23수정 2009-11-27 14:22

영화 ‘바람:위시’ 이성한 감독, 주연 정우 인터뷰
영화 ‘바람:위시’ 이성한 감독, 주연 정우 인터뷰
영화 ‘바람:위시’ 이성한 감독, 주연 정우 인터뷰
“100% 실제 경험담…청소년 관객과 만나고 싶었는데”
서클 선배역의 신인배우들 ‘초록물고기’ 송강호 보는듯




연예인 중에는 어릴 때 “좀 놀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몸 안에서 꿈틀대는 ‘끼’를 주체하지 못해서일 텐데, 배우 정우(28·사진 오른쪽)도 그런 경우다.

영화 <바람 : 위시>는 정우가 학창 시절 ‘좀 놀았던’ 얘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정우가 에이포(A4) 용지 50장 분량으로 기술한 원작을, 정통 액션 영화 <스페어>(2008)의 이성한(38·사진 왼쪽) 감독이 각색하고 연출했다. <스페어>에서 친구의 간을 빼먹는(실제로는 간을 판 돈을 빼돌리는) 역으로 출연한 정우는 “<스페어>가 망하고 나서” 이 감독에게 자주 놀러갔고, 정우의 학창시절 얘기를 들은 이 감독이 글로 정리해보라고 한 것이다. <바람…>은 감독과 배우의 공동 창작물인 셈이다. 두 사람을 지난 23일 서울 인사동의 한 전통찻집에서 만났다.

이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에피소드의 100%가 정우가 실제 겪은 일이며, 대사의 95% 정도가 정우의 원작에 있던 그대로”라고 말했다. 영화는 부산의 한 상업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김정국(정우의 본명)이 청춘의 열병과도 같은 통과의례를 겪는 3년 동안의 보고서다. 키도 크고 덩치도 컸던 정국은 교실 맨 끝에 앉아 ‘통 먹을’(싸움으로 1등 할) 생각에 들떠 있다. 그러나 그에게 결정적인 흠이 하나 있었으니, 천성적으로 겁이 많다는 것이다. 큰소리는 잘 치는데, 막상 누가 싸움을 걸어오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이다. 운 좋게 몇 번의 싸움 위기에서 벗어난 정국은 껄렁거리는 친구들 덕분에 교내 불법서클 ‘몬스터’에 가입하게 되고, 싸움을 잘하는 것처럼 행세하게 된다.

여기서 이 영화의 백미에 해당하는 두 장면이 나온다. 하나는 ‘서면시장’에서 패싸움이 일어날 뻔한 사건. 정국의 여자친구(황정음) 때문에 일어난 이 사건은 지금도 시장과 또래들 사이에서 기억되는 전설이다.

또 하나는 몬스터 회원들이 중국음식점에 모여 자장면을 먹는 장면이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두 줄로 앉아 일제히 자장면을 먹는 게 무슨 조폭집단을 연상시키지만 왠지 귀엽게 느껴진다. 두 장면이 빛나는 이유는 정국의 서클 선배들로 나오는 신인 배우들 덕분이다. 뜨기(이유준), 정완(지승현) 등의 얼굴과 몸짓은, <초록물고기>(1997)에서 송강호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게 한다.

“<스페어> 때는 30명 지원에 실제 20명이 왔거든요. 이번에는 1000명 지원에 500명이 왔어요. 제가 그렇게 시작해서 그런지, 백지 같은 느낌의 신인 배우들이 좋고, 또 기회를 주고 싶어요.”(이성한)

대학 행정학과를 나와 직장 생활을 하다 정규 과정을 밟지 않고 영화계에 뛰어든 이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묻어나는 캐스팅이 주효한 셈이다. 영화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통 악기로만 구성한다든지, 외부 투자를 일절 받지 않고 자체 제작하는 것도 <스페어> 때부터 지속된 이 감독만의 고집이다.

정우는 애초 이 영화가 <말죽거리 잔혹사>나 <친구> 같은 영화가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평소 ‘아버지’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감독은 정우의 경험 중 아버지에 대한 부분을 부각시킨다. 영화에서 엄하고 꼿꼿하던 아버지는 갑자기 간경화증에 걸린다. 배가 불룩해진 아버지를 목욕탕에 데리고 가는 장면을 찍을 때 정우는 촬영하다 말고 밖으로 뛰쳐나가 울기도 했다. 정우는 “직접 겪은 얘기니까 잘할 거라는 주위 시선도 부담스러웠지만, 아버지가 등장할 때 감정을 참는 게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청소년 시절의 치기를 돌아보고, 아버지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성장영화로서 청소년 관객을 만나려던 제작진의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이 영화의 등급을 청소년관람불가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성한 감독은 “<강철중> 같은 영화도 15세 관람가였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요즘 거의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두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청소년이 볼 수 없는 청소년 영화’가 된 셈이다. 26일 개봉.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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