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제4회 광주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광주 시내의 극장가.
이사장 임기 싸고 지자체-영화제쪽 갈등
조직위원장 사의뜻 이어
수석 프로그래머도 사직
8월 개최 차질 빚을듯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광주국제영화제도 파행을 빚고 있다. 정재형 광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지난달 31일 광주광역시의 영화제 예산 집행 중단 등을 이유로 이 영화제 사무국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박흥석 조직위원장도 같은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광주국제영화제의 경우도 부천과 마찬가지로 예산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영화제 내용을 담당하는 문화계 인사들의 갈등과 맞물려 있어, 지자체와 영화제의 위상을 보다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재형 수석 프로그래머는 2일 “광주시 쪽이 개정된 정관을 근거로 현 정환담 이사장의 이사장직 수행을 문제 삼으며 시에서 지원하기로 돼있는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며 “영화제 스태프들이 3~4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8월로 예정된 영화제 개최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올해 광주영화제는 광주시 예산 6억5천만원과 문화관광부 예산 5억, 기타 예산 4억5천만원 등 모두 16억원의 예산으로 운영키로 돼있다. 하지만 광주시와 시의 의견을 존중한 문광부가 예산 집행을 미루는 바람에 현재까지 7천만원 정도만 집행된 상태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2003년 광주영화제 이사회는 정관을 개정하면서 이사장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하되, 연임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이에 따르면 현 이사장은 2004년 이미 임기가 끝났고, 이사장이 공석인 영화제에 예산을 집행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영화제 관계자들과 ‘광주국제영화제 개혁을 위한 준비 모임’은 “정관 개정 과정에서 광주시 쪽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이사회 모르게 이사장의 임기와 관련한 부분을 고친 혐의가 짙다”며 “정관 개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현 이사장의 임기가 끝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지자체와의 갈등으로 조직위원장과 수석 프로그래머가 사직서를 제출한 가운데, 김갑의 집행위원장은 “정 수석 프로그래머가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80%를 마쳐놓은 상태고, 다른 두 명의 프로그래머가 마무리를 지으면 되기 때문에 영화제 일정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 집행위원장은 또 “다음주 초께 영화제 공동조직위원 대표 5명과 광주시 관계자들이 만나 이사장 재신임 또는 재선출 문제 등을 포함해 영화제의 정상적인 개최를 위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영화제는 지난해 김갑의 집행위원장의 임명과 이후 영화제 운영 과정에서도 광주국제영화 개혁모임 등으로부터 “시가 예산을 볼모로 영화제에 과다개입해 자기 사람 심기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비난을 산 바 있다. 한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도 지난해 말 부천시장 주도로 영화제의 일등 공신이었던 김홍준 당시 집행위원장을 해촉하면서 빚어진 부천시와 영화계의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다음달 기존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김홍준씨가 집행위원장을 맡는 리얼판타스틱영화제로 나뉘어 부천과 서울에서 별도로 열리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혜경 여성영화제 대표는 “영화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성공적인 국제영화제를 치르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문화예술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부천영화제와 광주영화제의 파행은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내외 영화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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