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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억’ 소리 나는 볼거리…‘싼티’ 나는 아이디어

등록 2009-12-16 20:31

영화 ‘아바타’
영화 ‘아바타’
4억 달러짜리 영화 ‘아바타’
제임스 캐머런식 ‘잡탕밥’으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신작 <아바타>는 기존의 영화적 성과들을 변신·합체한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다. 제임스 캐머런의 잡식성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영화와 남의 영화를 따지지 않는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인 ‘아바타’ 프로젝트가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 ‘나비’족의 외양을 지닌 이 아바타는 지구에서 파견된 과학자 3명이 나비족이 사는 마을에 침투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것이다. 관처럼 생긴 캡슐에 사람이 들어가 잠이 들면, 아바타의 몸을 빌려 판도라 행성을 누빌 수 있다. 반대로 아바타가 잠이 들면, 인간이 깨어난다. 하지만 이 아바타는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아무나 조종할 수 없다. 해병대 출신의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는 3명의 과학자 중 한명이던 형이 사고로 죽자 형을 대신해 아바타 조종사가 된다. 이들의 임무는 나비족을 설득해 판도라 행성에 매장된 ‘언옵타늄’이라는 대체자원을 캐낼 수 있도록 하는 것.

나머지 줄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제이크 설리는 판도라 행성을 질주하다 나비족 족장의 딸 네이티리(조 샐다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돈밖에 모르는 자본가와 그의 충실한 개,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 등의 무자비한 초토화 작전에 맞서 싸움을 벌이게 된다.

아바타 프로젝트 말고도, 제임스 캐머런의 대식가적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쿼리치 대령이 조종하는 신무기(사람이 로봇 속에 들어가서 로봇과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이언 맨>에서 익히 본 것이고, 나비족 마을의 거대한 나무는 <이웃집 토토로>의 그것을 닮았다. 원주민과 동화된 백인 이야기는 <늑대와 춤을>을 비롯해 숱한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이며, 점지된 메시아로서의 선택된 운명은 제임스 캐머런 자신의 출세작 <터미네이터>의 시발점이 되는 착상이다.

이제 남는 질문은 하나다. 어마어마하게 비싼 (4억달러짜리!) ‘잡탕밥’은 먹을 만한 잡탕밥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먹을 만하다는 쪽이 우세할 것 같다. 중학생들도 지적할 만한 초보적 수준의 논리적 모순들을 그대로 둔 게으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소비하는 관객들이 티켓 구매를 망설일 만큼 중차대한 사안은 아니다. 무슨 혁명이라고 불러주기에는 좀 쑥스럽지만, 배우들의 머리에 작은 카메라를 설치해 얼굴 표정의 변화를 잡아내는 ‘이모션 캡처’와, 배우가 연기하면 아바타의 모습으로 감독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는 ‘가상 카메라’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이 실사영화 같은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아바타>는 애니메이션 같은 실사영화다. 하지만 알려진 만큼 3디(D) 영화로서의 성취가 특별히 눈에 띄지는 않는다. 입체영화용 안경을 끼고 162분을 견뎌야 할 만큼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타>가 전시하는 볼거리들은 <2012>나 <트랜스포머 2> 같은 올해 최고의 흥행 외화들을 압도할 만하다. 다만 새로움이 부족할 뿐. 17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20세기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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