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지 않은 캐스팅 뮤지컬 영화 ‘나인’
명감독 귀도(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9번째 영화 제작을 앞두고 상상력의 창고가 텅 비었음을 느낀다.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백지 상태다. 돈을 끌어온 제작자는 무조건 기자회견부터 연다. 눈치 빠른 기자들은 약점을 파고든다. “생각이 바닥난 것 아닙니까?” 질문을 받은 감독은 이렇게 노래한다. “여기에도 있고, 다른 모든 곳에도 있고 싶어. 젊은이의 열정과 노인의 지혜를 모두 갖고 싶어.” 그는 또 소망한다. 아내 루이자(마리옹 코티야르)와 정부(情婦) 칼라(페넬로페 크루스), 그리고 그가 영혼으로 숭배하는 배우 클라우디아(니콜 키드먼)를 모두 사랑할 수 있기를. 그러나 욕망은 고통을 낳는다.
뮤지컬 영화 <나인>은 창작의 고통을 관능적인 춤과 노래로 위로하는 영화다. 이름만으로 무대가 가득 차는 스타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이 영화는 뮤지컬 <나인>으로 무대에 올려졌던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8과 2분의 1>을 다시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안무가 출신의 영화감독 롭 마셜은 뮤지컬 영화 <시카고>와 <게이샤의 추억>에 이어 세번째로 만든 이 작품의 안무를 직접 맡았다. 음악은 뮤지컬 <나인>의 모리 예스턴이 뮤지컬 레퍼토리를 기반으로 몇 곡을 추가해 만들었다. 귀도를 유혹하는 패션지 <보그> 기자 역의 케이트 허드슨이 부르는 ‘시네마 이탈리아노’, 미국의 팝스타 퍼기(스테이시 퍼거슨)가 부르는 ‘비 이탈리안’ 같은 노래는 듣자마자 관객을 사로잡는 마력을 지녔다. 31일 개봉.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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