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 어린 주역 김향기
졸다가도 카메라 들이대면 돌변
성인 연기 넘어선 놀라운 순발력
엄마역 송윤아 “내가 묻어간 영화”
졸다가도 카메라 들이대면 돌변
성인 연기 넘어선 놀라운 순발력
엄마역 송윤아 “내가 묻어간 영화”
경기 용인 홍천초등학교 3학년 4반. 키 131㎝, 몸무게 26㎏. 영화 <웨딩드레스>에서 주연을 맡은 아역배우 김향기(10)의 프로필은 여느 아이들과 다를 게 없다. 젖니를 7개밖에 갈지 않은 나이. 오동통한 볼살과 톡 튀어나온 ‘아기 배’ 때문일까. 또래보다 더 어려 보인다.
#속도 계산=초속 10m
카메라가 등장하자 향기는 돌변한다. 초속 10m의 빠른 속도로 심각한 표정에서 생글생글 웃는 표정으로 바꾼다. <웨딩드레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말기 암에 걸린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엄마(송윤아)의 마음을 잘 아는 소라(김향기)가 모르는 척 엄마에게 등교 인사를 하고, 문을 닫고 나와 한발짝이나 걸었을까. 사슴처럼 커다란 눈에 물기가 가득 고이더니 이슬방울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끄억끄억, 속으로 삼키는 속울음이다.
#연기 공식 1=공통근을 찾아라
어쩜 저렇게 잘 울 수 있을까? “걔(소라)를 생각하면 그냥 눈물이 나요. 우리 엄마가 저렇게 아팠다면 어땠을까?” 바쁜 엄마와 단둘이 사는 소라는 결벽증이 심하고 까탈스럽지만 조숙한 아이다. “약간 쿨하면서 무뚝뚝하지만, 나중에 엄마를 생각할 줄 아는 착한 딸.” 향기의 정확한 배역 해석은 영화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연기 공식 2=순발력과 프로의식
촬영장에서 향기의 별명은 ‘김배우’였다. 성인 연기자를 능가하는 순발력과 프로 의식으로 스태프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밤샘 촬영에 꾸벅꾸벅 졸다가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금세 감정을 잡고 눈물을 쏟아냈다고. 엄마 역의 송윤아는 향기에 대해 “연기를 위해 태어난 아이”라며, “이 영화는 내가 향기에게 묻어간 영화”라고 말했다.
#데뷔 공식=‘따라갔다가’ 법칙의 변용 향기에게도 연예인 데뷔 공식은 적용된다. 친구 대신 오빠를 대입하고, 오디션을 생략하면 향기의 사례가 된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잡지 모델이 된 한 살 차이 오빠의 촬영장에 놀러 갔다가 “감독님”의 제안으로 모델이 됐다. “떨리기도 했는데, 표정 지어 보라고 해서 지어보면 계속 짓게 됐어요. 재미있었어요.” 만 세 살 때 이동통신사 광고로 티브이에서 얼굴을 알렸다. 오빠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며 금세 그만둔 일을 향기 홀로 계속했다. #인수 분해=최대공약수는 ‘재미’ 연기와 학업을 병행하려면 힘들 법도 한데, 향기는 마냥 즐겁다. “촬영도 즐겁고, 좋은 배우분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고, 모든 게 다 즐거워요.” 스크린이나 텔레비전으로 자기 얼굴을 보는 건 “쑥스러우면서도 뿌듯하다”고 말한다. ‘아는 것이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이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공자님 말씀을 이 타고난 배우는 몸으로 알고 있다.
#나머지 정리=영화에 대하여
<웨딩드레스>는 지난해 엄마 열풍의 불씨를 살리려고 한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인 엄마와 어린 딸의 이별 준비 과정을 그리고 있다. “<웨딩드레스>는 엄마의 사랑을 알려주는 영화예요.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은 꼭 봐야 해요. 저는 엄마 말 잘 듣냐고요? 음…, 중간쯤? 오빠하고 자주 다투거든요.”
#점과 좌표=소원을 말해봐
연기가 너무 좋아 “나중에 커서 훌륭한 연기자 되는 것”이 소원이라는 향기. 어린 나이에 벌써 데뷔 8년차,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만 3편이다. ‘국민 남동생’ 유승호와 함께 출연한 데뷔작 <마음이>(2006), ‘국민 할아버지’ 신구의 손녀를 연기한 <방울토마토>(2008), 그리고 이번 <웨딩드레스>까지. 국민 칭호의 연기자들과 인연이 많다. 내친김에 ‘국민 여동생’ 칭호를 얻게 되기를, 그리고 아역 출신의 ‘국민 배우’ 안성기처럼 오래가는 배우가 되기를 바란다.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데뷔 공식=‘따라갔다가’ 법칙의 변용 향기에게도 연예인 데뷔 공식은 적용된다. 친구 대신 오빠를 대입하고, 오디션을 생략하면 향기의 사례가 된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잡지 모델이 된 한 살 차이 오빠의 촬영장에 놀러 갔다가 “감독님”의 제안으로 모델이 됐다. “떨리기도 했는데, 표정 지어 보라고 해서 지어보면 계속 짓게 됐어요. 재미있었어요.” 만 세 살 때 이동통신사 광고로 티브이에서 얼굴을 알렸다. 오빠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며 금세 그만둔 일을 향기 홀로 계속했다. #인수 분해=최대공약수는 ‘재미’ 연기와 학업을 병행하려면 힘들 법도 한데, 향기는 마냥 즐겁다. “촬영도 즐겁고, 좋은 배우분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고, 모든 게 다 즐거워요.” 스크린이나 텔레비전으로 자기 얼굴을 보는 건 “쑥스러우면서도 뿌듯하다”고 말한다. ‘아는 것이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이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공자님 말씀을 이 타고난 배우는 몸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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