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예정에 없던 기자설명회 자청해
‘심사외압’ 빼고 정책 브리핑만
‘기무사터 종친부 복원’ 공식화
‘심사외압’ 빼고 정책 브리핑만
‘기무사터 종친부 복원’ 공식화
9일 문화부 기자실에서는 예정에 없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기자설명회가 열렸다. 장관 브리핑 계획은 전날 저녁 갑작스레 기자들에게 전달됐다. 여당의 지방선거 패배 직후여서 문화부 주요 현안에 대한 장관의 설명이 기대됐다. 특히 독립영화제작지원 심사에 외압을 행사해 신재민 제1차관으로부터 자진사퇴 권유를 받은 뒤에도 ‘버티기’에 들어간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거론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유 장관은 영진위 사태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일정을 이유로 질의응답도 받지 않은 채 서둘러 퇴장했다.
유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옛 기무사터 종친부 복원문제 △2010년 하반기 중점 추진 예술정책 △문화예술교육 발전방안 △방송콘텐츠 제작시스템 선진화 방안 등을 발표했을 뿐이다. 영진위원장의 임면권을 가진 유 장관이 자진 사퇴 요구에 사실상 항명으로 저항하고 있는 조 위원장의 처신에 수수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계에선 여당의 선거 패배로 유 장관의 거취가 불안정한 터라 조 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결단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많다. 한 영화계 인사는 “당장 청와대와 정부·여당에서 개각 문제가 불거지는 판에 조 위원장을 해임하려면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고위관료들이 줄줄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게 쉽겠느냐”고 말했다. 복수의 영화계 인사는 “조희문 영진위원장이 정치권에 구명운동중인 것으로 안다”며 “신재민 차관의 자진 사퇴 요구에도 버티고 있는 이유는 여당의 선거 패배에 따른 여러 정치적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부 관계자는 “기존 입장(자진 사퇴 요구, 해임 불가능)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유 장관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옛 기무사터에서 1981년 신군부가 정독도서관 안으로 옮긴 조선시대 종친부 건물의 기단터 등 유적이 발굴된 것과 관련해(<한겨레> 9일치 27면 참조) 원형 복원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애초 문화부는 종친부 건물을 정독도서관 자리에 그대로 놔두려 했으나, 건물터가 명확히 드러난 이상 복원이 불가피하다는 문화재청장과 문화재 위원들의 지적을 받고 원형 복원 방침을 수용했다. 박순태 문화부 예술정책관은 “종친부 건물의 복원으로 미술관 설계를 수정해야 한다”며 “복원되면 종친부 건물도 미술관을 구성하는 건축이 될 것이며, 미술관 순수 규모는 애초 3만3천㎡에서 2만6천㎡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기단부 흔적에 대한 추가 확인을 거쳐 종친부 건물을 해당 기단에 다시 세우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문화재청, 서울시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건물 보존 방안은 7월 이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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