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페리먼트>
개막작 인간본성 파헤친 ‘엑스페리먼트’
세계 영화계 흐름 훑은 섹션도 신설
세계 영화계 흐름 훑은 섹션도 신설
제14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올해도 어김없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준비를 마쳤다. 7월15~25일 경기 부천시 일대에선 귀신·좀비·사체·괴물·외계인·로봇·광인·살인마들이 스크린을 서늘하게 수놓게 된다. 올해로 14회째인 부천영화제의 주제는 ‘사랑, 환상, 모험’이고, 지난해에 이어 열혈 장르영화 마니아뿐 아니라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개막작은 독일영화를 리메이크한 미국의 <엑스페리먼트>다. 미국 티브이 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를 제작·감독한 폴 셰어링이 연출했다. 역시 감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심리학 실험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는데, 첫 공개다. 폐막작은 이번 영화제 홍보대사인 황정음 등이 출연하는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유선동 감독)이 선정됐다. 전편 <고사>보다 재미있어졌다는 평이다.
부천영화제를 구별 짓는 가장 독한 영화 4편이 ‘금지구역’ 섹션에 모여 있다. 미리부터 ‘세다’고 입소문이 도는 <세르비안 필름>(스르잔 스파소예비치 감독)에선, 은퇴한 포르노 스타 밀로스가 돈벌이를 위해 광기 어린 감독의 포르노에 출연하면서 처절한 생존투쟁을 벌인다. 이상우·김헌·황희경 세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내 아버지의 모든 것>은 부자간의 관계를 동성애로 풀어낸 퀴어 영화다. <이대로 죽을 순 없어>(아드리안 가르시아 보글리아노 감독), <완전한 가족>(이마이즈미 고이치 감독)도 극단적 감수성을 표현한다.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 장편’ 섹션에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장철수 감독), 초저예산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실현해 낸 에스에프 몬스터 호러물 <괴물들>(개리스 에드워즈 감독), 전통 미국 슬래셔 무비 <하우스 오브 데블>(타이 웨스트 감독) 등 국내외 12편이 올라와 있다.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섹션은 로맨틱 코미디부터 고어물까지 가장 풍성하게 꾸며졌다. 중국 <서유기> 시리즈의 류젠웨이(유진위) 감독이 연출한 <미션! 수영의 여왕>, <쏘우> 4편부터 7편까지 각본을 쓴 마커스 던스턴의 연출 데뷔작 <컬렉터> 등 40여편의 장르영화가 관객을 기다린다.
전세계 영화계의 새 흐름을 보여주는 ‘비전 익스프레스’ 섹션은 올해 처음 만들어졌다. 현재 전세계 영화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이지리아의 영화 산업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놀리우드 바빌론>(벤 아델만, 사미르 말랄 감독), 올해 홍콩영화제 폐막작으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된 퀴어 영화 <암페타민>(스쿠드 감독), 간노 미호 주연의 씩씩한 여자 이야기 <퍼머넌트 노바라>(요시다 다이하치 감독) 등 20편이 이 섹션에서 상영된다.
끔찍한 것보다 밝고 맑은 환상을 원하는 이들에겐 ‘패밀리 판타’, ‘애니 판타’ 섹션이 마련돼 있다. 패밀리 판타에는 디즈니가 만든 최초의 러시아판 판타지물 <북 오브 마스터: 마법의 돌>(바딤 소콜롭스키 감독), 인도의 블록버스터 <알라딘>(수조이 고시) 등 4편이, 애니 판타에는 설명조차 불필요한 <명탐정 코난 극장판 14: 천공의 난파선> 등 4편이 내걸린다.
영화제의 별미라 할 수 있는 특별전에선 <레드 화이트 블루> 등을 들고 사이먼 럼리 등 4명의 젊은 장르감독들이 찾아오고, 판타지의 거장 테리 길리엄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독특하게 풀어낸 <자버워키> 등 4편의 걸작을 다시 만나볼 수 있다. 작고한 천재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이 원작인 <밀레니엄> 3부작도 준비됐다.
회고전에는 한국영상자료원이 복원한 1970년대 한국 무협영화의 원류 이두용 감독 작품 6편과, 일본 문화산업을 대표하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8편이 마니아를 기다린다. 이밖에 자세한 부천영화제 정보는 누리집(pifan.com) 참조.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부천국제영화제 제공
<북 오브 마스터: 마법의 돌>(위 사진)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아래)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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