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철 기자
개점휴업 중이던 영화진흥위원회가 다시 문을 열었다. 조희문 영진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영진위원이 지난달 28일 임기를 마치고 보름 넘게 공석으로 있다가 지난 15일 새 인물들이 선임됐다.
영진위가 다시 활동을 시작했는데도 영화인들은 걱정이 많다. 무엇보다 영화계는 위원 3명의 유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 영화인은 “‘버티기의 달인’이라는 오명을 달고 다니는 조희문 영진위원장이 프랑스 칸에서 독립영화제작지원 심사위원들에게 외압 전화를 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유임된 3인의 영진위원은 뭘 하고 있었느냐”고 지적한다.
그뿐만 아니라 앞서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거세게 이는 동안 이들은 강 건너 불구경을 넘어 적극 동조까지 했던 건 아니었느냐고 지적한다. 더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도 독립·예술영화 직접지원 예산을 모두 삭감해버리는, 마치 소 잃고도 도둑 잡고 외양간을 고치기는커녕 아예 외양간을 부수고 소까지 다 도살하는 행태를 보였을 때 지난 영진위의 마지막 의결에서 함께 불도저가 된 이들이 바로 이 3인의 영진위원이었기 때문이다.
새로 선임된 위원 5명 중에는 고정민 홍익대 부교수와 김재하 서울예대 교수가 눈에 띈다. 고 위원은 경영학을 전공한 삼성경제연구소 팀장 출신으로 한국창조산업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김 위원은 컴퓨터공학 박사로 디지털학부 교수이자 한국컴퓨터그래픽산업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영화와 관련성을 굳이 설명하자면 각각 콘텐츠 경영학적 차원, 컴퓨터그래픽 기술적 차원 정도라고나 할까. 문화를 산업적 측면, 곧 돈벌이 위주로 바라보는 현 정부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선임인 셈이다. “공정한 지원심사가 기본인데 그것도 못하는 영진위가 경영학, 첨단기술 따위로 영화 진흥을 하겠다는 발상이 황당하다”고 한 영화계 인사는 평했다.
<결혼이야기>를 만들었던 김의석 감독(영화아카데미 책임교수), 변희성 영화촬영감독협회장, <타짜>를 제작했던 김미희 드림캡쳐 대표 등이 그나마 영화계를 대표하는 새 영진위원이다. 2명 있던 여성 위원이 1명으로 줄어들었고, 또 영화 제작 현장에서 뛰는 인물이 기껏해야 1~2명 정도에 절반이 교수 출신이라는 점도 새 영진위의 특징이다.
영진위가 새로 구성됐지만 상당수 영화인들은 영화방해위원회나 안 되길 바란다며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조희문 위원장 등 제5기 영진위 위원들은 알까, 모를까.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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