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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먼동처럼 은근한 어눌함, 송새벽 매력있네

등록 2010-09-30 22:20

송새벽(31)
송새벽(31)
어색한 표정·능청스런 말투
‘제2의 송강호’ 호평 이어져
“갑작스런 관심에 얼떨떨”
‘방자전’ ‘시라노’로 뜬 송새벽

어떤 이는 괴물, 어떤 이는 ‘물건’이라고 했다. 올해 들어 <방자전> <시라노; 연애조작단> <해결사>에서 조연으로 나와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빵빵 터뜨린 송새벽(31)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2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그는 특별히 입고 나왔다는 청색 양복을 어색해했고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느냐며 사진기자한테 연방 조언을 구했다. “갑작스런 관심에 얼떨떨해요. 원래 제가 내성적이기도 하고요.” 사진촬영 뒤 인터뷰가 한참 진행되어서야 담임 앞 초등학생처럼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세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주어진 역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정직한 것이었다. 어색해 보일 정도로 단순한 표정, 주어와 술부가 분명한 단문 대사로 그는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냈다. 스케줄에 밀려 개봉 한참 뒤인 최근 합류한 <시라노> 무대인사에서도 주연배우들을 능가하는 환호성이 나왔다고 한다.

그가 웃음을 부르는 까닭은 내면에서 끌어내다 중동무이한 듯한 표정과, 애써 다스리려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배어나오는 ‘금강 하류’의 능청스런 말투가 서로 충돌하며 빚어내는 유쾌한 즐거움 때문이다. 그쪽 말투를 장기로 하는 연기자들이 대부분 억양에 기름칠을 하는 반면 그는 출신을 애써 가리려는 듯 서울 말투를 도금한 것이 싸~한 느낌을 준다. 송새벽이 영화판에 발을 들인 것은 불과 2년째. 지난해 대학로 연극판에서 새 얼굴을 찾던 봉준호 감독이 그를 <마더>의 단역 ‘세팍타크로 형사’로 기용하면서부터다. 그 뒤 송새벽은 <해결사>에서 오달수 반장 곁 덜떨어진 형사, <방자전>에서 기생들과 두루 자고자 과거를 볼 정도로 성격이 분명한 변학도, <시라노>에서 축구와 군대 얘기밖에 모르는 연애젬병으로 점점 존재감을 높여왔다.

<방자전> 김대우 감독은 “쓸 때는 모험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며 “새벽씨는 송강호, 오달수가 가진 장점에다 파괴력 있는 독특한 말투를 더 갖췄다”고 치켜세웠다. <시라노> 김현석 감독은 “시나리오 독회 때 애드리브가 전혀 없는데도 다른 배우들이 자지러졌다”며 “새벽씨가 영화 초반에 너무 웃겨놔 주연배우들의 몫이 죽을까 은근히 걱정했다”고 했다.

송새벽의 고향은 군산. 중고교 때 워낙 숫기가 없어 한 줄 건너면 말 안하고 지낼 정도였다고 했다. 그가 어쩌다 한마디 하면 “새벽이가 말을 한다”고 친구들이 놀릴 정도. 군산의 한 대학에 진학해 아르바이트하다 친해진 형의 소개로 연극동아리에 들어간 게 앙다문 입을 틔운 계기다. 24살에 상경해 대학로 ‘극단 연우’에 들어가 주욱 연기를 해왔다. 그러다 “운 좋게 봉 감독의 눈에 띄었다”는 게 떠듬떠듬 털어놓은 서른한 살 이력의 전부다. 남들은 연극판이 가난하고 고생스럽다고들 하는데 자기는 하고 싶은 것을 해서인지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

이러다 ‘감초 조연’으로 자리가 굳어지지는 않을까. 그는 출연이 확정된 <위험한 상견례>에서 주연을 맡게 됐다고 털어놨다. 영호남 지역감정 때문에 결혼에 우여곡절을 겪는 청춘남녀 이야기인데, 전라도 총각으로 나온다.


김대우 감독은 “잔기술이 아직 부족하지만 송강호 이후 최대의 발굴”이라며 “맞는 시나리오만 주어진다면 대성할 것”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김현석 감독도 동감하면서 “분명 결이 다른데도 비슷해 보이는 연기에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열쇠”라고 조언했다.

“겨우 몇 편인데요. 갈 길이 멀다는 것 알아요. 마스크요? 그걸로 승부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 떴다 하면 뻣뻣해지는 여느 배우들과 달리 송새벽은 아직 겸손하고 솔직했다.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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