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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참혹한 재앙’을 넘어서는 가족애

등록 2010-10-29 20:57

‘참혹한 재앙’을 넘어서는 가족애
‘참혹한 재앙’을 넘어서는 가족애
거액들인 새 영화 ‘대지진’
군데군데 중화주의 똬리
1976년 중국 탕산에 대지진이 났다. 몇 십초 동안 온 땅이 뒤흔들린 뒤 24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문화대혁명에다 보도통제 탓에 80만 이상인 사망자 수가 축소됐다는 주장이 있을 만큼 대재앙의 결과는 참혹했다. 아비규환 속 남편을 잃은 아내는 건물 더미에 깔린 쌍둥이 남매 중 하나만을 골라야 했다. 여진으로 둘 모두 잃어버릴 찰나 엄마는 아들을 택한다. 딸의 시체를 두고 절규하던 엄마는 차마 움직이지 않는 발걸음 떼어 아들을 병원으로 옮긴다. 그러나 기사회생한 딸은 선량한 인민해방군 부부에게 입양된다. 30여년이 흘러 2008년 쓰촨성 대지진 구호 현장에서 남매는 재회하게 된다.

영화 <대지진>은 제작비 1억2000만위안(약 200억여원)을 들여 5배 넘는 매출을 올릴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초반 지진으로 도시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매몰되는 장면은 미국 영화에 견주진 못해도 상당한 돈과 공이 들어가 보인다. 엄마와 남매가 살아남아 재회하기까지 겪게 되는 간난신고와 행복한 결말 역시 뻔하면서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영화는 끊임없이 ‘가족의 중요성’을 반복한다. 쌍둥이 엄마는 30년 넘도록 죽은 남편과 딸이 돌아올지 모른다며 좋은 집으로 모시겠다는 아들의 간청에 손사래 친다. 건실한 이웃 남자의 청혼도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 단호히 거절한다. 외지에 나가 크게 성공한 아들도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아내라도 버릴 태세다. 양부모는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라고 양딸에게 거듭 되뇐다.

딸은 아들의 목숨만 선택한 엄마를 이해하기 어려워하지만, 남자친구와 결별하고 대학을 포기해가면서까지 뱃속 아이를 지킨다. 그리고 끝내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그대로 가족주의로만 그치지는 않는다. 일사불란하게 대오를 갖춰 탕산과 쓰촨의 대재난을 수습하는 인민해방군, 자수성가하는 아들, 양딸을 훌륭하게 키워낸 인민해방군 양부모 등의 모습을 끊임없이 강조해 가족의 경계를 민족으로 넓히려는 의도가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래서 가족주의는 중화주의로 확대된다. 과잉 주제의식은 필연적으로 선한 중국 인민만을 그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영화 속 모든 인민들이 너무나 선하기만 해 심심하다. 11월4일 개봉. 전체관람가.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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