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문 영화진흥위 위원장
조 영진위원장 ‘외압’ 부정…“난 좌우대립 희생양”
보수단체 등 해임 반대 성명…청문회 5일로 연기
보수단체 등 해임 반대 성명…청문회 5일로 연기
영화계와 정치권의 사퇴 압박을 받아온 조희문(사진) 영화진흥위(이하 영진위) 위원장의 해임 청문이 2일에서 5일로 미뤄졌다. 청문을 진행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 관계자는 “지난 1일 늦게 건강이 좋지 않으니 청문을 미뤄달라는 조 위원장의 공문을 받고 한차례 연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화부는 2일 청문 직후 그를 해임할 방침이었다.
조 위원장은 해임이 임박하자 색깔론과 음모론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내가) 좌우가 대립하는 영화계 갈등의 희생양이 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같은 달 18일치 <주간조선> 인터뷰에서는 “(내가 낙마하면) 좌파가 승리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을 지키고자 하는 쪽에서 보면 우파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시선집중> 인터뷰에서는 지난 5월 독립영화제작 지원심사 외압 사실에 대해 “압력이나 청탁을 한 적이 없다. 영화계가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삼자고 얘기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5월 해명 기자회견에서는 외압을 시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심사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몇몇 작품들에 대해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목록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수준이 안되냐 살펴봐 줄 순 없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청문절차를 앞두고 일부 보수단체들은 조 위원장 해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영화감독협회·한국영화인원로회·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등 9개 단체는 지난 1일 성명을 내어 “(해임은) 영진위를 흔드는 것이며 영화계를 더욱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행동본부·과격불법촛불시위반대시민연대·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아르오티시(ROTC)구국연합 등 50개 단체는 지난달 28일 낸 성명에서 “조 위원장 해임은 좌파 유착 및 우파 경시의 오만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해임에 반대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5월 독립영화제작 지원사업 심사위원들에게 <꽃파는 처녀>(열린북한방송)와 <신필림! 그 창연한 영욕의 영화제국>(진유영) 등 지원작 3편을 특정해 선정 압력을 넣은 사실이 드러나 말썽을 빚었다. 지난달 영진위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그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지적하면서 감사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지난 5월부터 한국영화제작가협회·한국영화감독조합 등 13개 영화단체와 문화연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사퇴 촉구 성명을 냈고, 9월 말에는 영진위 위원들까지 문화부 장관에게 해임을 요구한 바 있다.
문화부도 두 차례 조 위원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8월 초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그의 행동강령 위반 사실도 통보받았으나, 조 위원장은 지금껏 사퇴를 거부해왔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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