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한석규 “15년만에 다시 호흡 맞춰요”/영화 ‘이층의 악당’
코미디영화 ‘이층의 악당’서
각각 여주인과 세입자 연기
각각 여주인과 세입자 연기
여자는 “매 순간 감동이었다”고 했고 남자는 “학수고대하던 일이었다”고 했다. 오랜 시간 서로 그리워하다 가까스로 만난 연인인 것만 같다. 15년 만에 만나기는 했다. 그러나 남자는 2남2녀의 매우 가정적인 아빠, 여자는 결혼하지 않았지만 멋진 애인이 있음이 밝혀진 지 얼마 안 됐다. 그 여자는 김혜수(사진 왼쪽), 그 남자는 한석규(오른쪽).
동국대 연극영화과의 6년차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그들이 처음 함께한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 <닥터 봉>(1995년). 한석규는 티브이 드라마 <서울의 달>로 얼굴을 막 알린 참이었지만 아직 <은행나무 침대>(1996년) <초록물고기> <넘버3> <접속>(이상 1997년)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 <쉬리>(1999년) 등의 잇단 히트작들을 터뜨리기 전이었고, 일찍이 하이틴 스타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김혜수는 이미 여의도와 충무로가 가장 주목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김혜수는 당시 한석규를 보며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사실 제가 <닥터 봉>을 할 때 열심히 하지를 않았어요. 그때 ‘한석규씨는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나랑 저 배우는 다르구나 하는 근본적인 차이를 느꼈다고나 할까요.” “15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춰보니 한석규가 더 깊어진 것 같다”는 김혜수는 “영화배우를 떠나 관객으로서 우리 세대의 인생의 영화를 남겨준 배우”라고 한석규를 치켜세웠다.
한석규는 “<닥터 봉> 땐 내가 홀아비 역할이었는데 이번엔 혜수씨가 아이를 가진 역할”이라며 웃었다. “이번엔 연기도 좋았지만 혜수씨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얼마나 잘할까 하는 욕심보다 혜수씨 연기를 정확하게 받아주고 싶었죠.” 한석규는 “개인적으로 김혜수의 팬”이라며 “김혜수가 먼저 캐스팅됐다는 얘기를 듣고 옳다구나 하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을 15년 만에 재회하게 한 영화는 <이층의 악당>. 2층집 여주인이 김혜수, 악당은 한석규다. 여주인은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 함께 사는데, 이 히스테리컬한 모녀 앞에 멀쩡하게 생긴 소설가가 비어 있는 2층 세입자로 들어온다. 소설가라는 이름으로 여주인의 호감을 사지만 어쩐지 수상하게 여겨지면서 의심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연출자는 <달콤, 살벌한 연인>(2006년)의 손재곤 감독이다. 이 전작처럼 이번도 역시 코미디 영화다. 다만 한석규와 김혜수는 코미디 연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범죄와 로맨스가 코미디와 버무려져, 연기가 아닌 상황이 웃음을 자아내는, 독특한 손 감독의 스타일이 이번에도 기대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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