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원 감독의 신작 ‘레인보우’
실패담을 영화로…신수원 감독의 ‘레인보우’
교사생활 접고 퇴직금으로 만든 자전적 영화
도쿄·전주영화제서 수상 “용기주는 감동” 호평
■ 현실 신수원 감독(사진 맨 아래)은 10여년 동안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쳤다. 신 선생님이 사표를 쓴 건 34살 때다. 영화를 하고 싶었다. 남편도 아들딸도 놀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들어갔다. 시나리오 작가를 하다 단편영화를 찍었다. 재미있었다. 연출을 하기로 했다. 운이 좋았다. 영상원 워크숍에서 쓴 시나리오가 영화투자사에 팔렸다. 신 감독의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 장편영화 준비에 들어갔고 시나리오를 고치고 고쳤다. 그러나 영화는 ‘엎어졌다’.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가는 다른 숱한 작품들처럼. 하지만 꿈이 엎어질 수는 없었다. 제작사나 투자자 없이 직접 영화를 만드는 모험을 감행했다. 퇴직금 2500만원을 종잣돈으로 삼았다. 실패를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려 했다. 이를테면 엎어진 영화의 메이킹 필름이다. 다큐 구성안을 쓰다 보니 시나리오가 됐다. 이를테면 영화감독 도전 실패기다. 각본·연출·제작을 신 감독이 겸했다. 39살 신 감독의 첫 장편 <레인보우>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 영화 김지완 선생님이 운동장을 걸어 나온다. 카메라를 한 번 잡아본 경험이 김 선생님을 영화판으로 잡아끌었다. 사직서를 썼다.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낡은 노트북 안의 시나리오는 5년째 고쳐지며 익어가는 중이다. 사춘기 중학생 아들은 엄마를 무시하고, 남편은 시나리오만 쓰는 아내를 닦달한다. 어느날 시나리오가 한 제작자의 눈에 든다. 널찍한 사무실까지 받은 김지완 감독, 꿈에 부푼다. 그러나 제작사와 투자자들은 상업성이 없다며 시나리오를 고치라고 한다. 고치고 또 고쳤다. 지친 김 감독은 친구 앞에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술 한잔에 울먹인다. 그 고생을 하며 버텨왔는데 삐딱한 아들 말마따나 여전히 ‘루저’다. 김 감독은 어느날 운동장을 달리다 물웅덩이 속 무지개를 만난다.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거기엔 무지개가 없다. 용기가 솟았다.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이기는 거다. 현실은 여전히 어렵고 실패는 거듭되지만, 꿈은 포기할 수 없었다.
■ 현실과 영화 이 영화는 신 감독의 꿈의 징표나 다름없다. 실패담으로 길어올린 성공담이다. 올해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아의 바람’ 부문 최우수 영화상을 받았고, 앞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장편 경쟁’ 부문에서 제이제이(JJ)-스타상을 거머쥐었다. 영화의 묘미는 무엇보다 현실과 판타지의 조화다. 이 영화에서 현실은 있는 그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고통스럽지도 않고 절망스럽지도 않다. 여기에 판타지의 역할이 있다. 판타지 장치가 곳곳에 배치돼 힘들어도 웃을 수 있게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한 일상처럼. 그래서 절망이 가득해도 꿈이 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웅덩이 속 무지개처럼, 꿈은 바로 우리 옆에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잘 살고 있다’고 격려하고 위로한다.
도쿄영화제 심사위원 오가타 아키라 감독은 “극중 지완이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다’라는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다. <레인보우>는 특히 영화인들에게 용기를 주는 영화이고 나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올해 전주영화제 한국장편 심사위원단은 “슬프면서 진실되고 감동적인 코미디-드라마-뮤지컬이 혼합된 특별한 영화”라고 평했다. 18일 개봉. 12살 이상 관람가.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도쿄·전주영화제서 수상 “용기주는 감동” 호평
신수원 감독의 신작 ‘레인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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