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쩨쩨한…’ 4차원 최강희
이선균과 티격태격 사랑 키우기
이선균과 티격태격 사랑 키우기
“동안이요? 관리 전혀 안 했어요. 타고났죠. 마른 다리가 콤플렉스였는데, 사이즈는 44예요.”
웬만한 여배우라면 ‘안티’ 의식해야 하니 이런 말 안 한다. 이렇게 대차게 나오는 이는 최강희(사진). 그라면 가능하다. 최강희는 엉뚱발랄함의 대표주자, 원조 ‘4차원’으로 꼽힌다. 사람들은 ‘망언’이라면서도 재미있어 한다.
4차원이래도 서른 전엔 낯을 가리는 인상이었다. 이제 조금 변한 듯하다. 지난 8일 열린 영화 <쩨쩨한 로맨스> 제작보고회에서 최강희는 노련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벌써 서른넷이다. ‘4차원 소녀’가 ‘4차원 처녀’로 자라난 것만 같다.
알고 보면 ‘망언’은 모든 이에게 진실이다. “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아요. 자고 싶으면 자고 먹기 싫으면 안 먹고 폭식도 하죠. 피부엔 안 좋아도 스트레스 안 받으니까 좋아요. 마음의 자유가 동안의 비결인 거죠.” 여기까지라면 팬들은 ‘야유’로 화답할지 모른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 “서른이 넘으면서 스킨케어를 받기 시작했어요.” 여기에 “사실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아 대답을 준비해뒀다”는 것까지 털어놓는다.
<쩨쩨한 로맨스>에서 맡은 역은 최강희에게 무척 잘 어울린다. 섹스칼럼니스트다. 발칙하고 과감하고 요염한 모습만 떠올리면 안 맞겠지만, 역시 어설픈 섹스칼럼니스트라면 딱이다. 이론으론 완벽 무장, 실전 경험은 전무한 섹스칼럼니스트.
이런 얼치기 섹스칼럼니스트한테 성인만화 스토리를 맡기니 뭐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수억원 상금에 눈이 멀어 섹스칼럼니스트를 끌어들인 이는 남자 성인만화가다. 이선균이 맡은 성인만화가는 상상력도 창의력도 좋은데 스토리에 약한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얄팍한 이야기가 돈이 될 텐데 대신 심오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만 나오니 문제다. 이런 둘이 만나 쩨쩨하게 티격태격, 사랑을 키워간다.
최강희는 상대 배우와 감독에 대한 애정도 기묘하게 표현하며 웃었다. “(김정훈) 감독님, 이선균씨와 저 이렇게 셋이 되게 안 맞아요. 그런데 희한한 게, 좋았어요. 서로 의견을 내면 다른 말들을 하죠. 그러다 보면 정도 많이 들고, 쩨쩨해지기도 하고요. 저희가 다 안 맞아도 언젠간 맞겠지 하며 계속 만나고 싶어요.”
2년 전 티브이 드라마를 함께 찍은 뒤 다시 만난 이선균은 “<달콤한 나의 도시> 찍을 땐 그다지 친해지지 못했는데, 2년간 최강희가 술을 더 잘 마시게 돼 편해진 것 같다”고 했다. “최강희는 굳이 뭘 안 하는데 사람을 모으는 매력, 마력이 있는 것 같다”며 최강희의 동안의 비결인 ‘자유’가 부럽다고 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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