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천재의 열등감과 욕망이 부른 ‘위대한 탄생’

등록 2010-11-14 20:27

페이스북 성공 뒷담화 그린 ‘소셜네트워크’
지질한 하버드대생 저커버그의
쪼잔한 해킹복수가 대박 단초
아이디어 훔치고 뒤통수치고…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 고스란히
하버드 대학생이 여자친구에게 차였다. 그 좋은 머리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붓는데 모조리 자기자랑이다. 자기자랑의 뒤에는 못난 열등감이 가득하다. 몸 좋고 운동 잘하는 남학생들에 대해 적의에 불탄다. 공부밖에 잘하는 게 없는, 한마디로 ‘너드’(nerd·따분한 멍청이)다. 이런 지질한 남자가 여자에게 차였으니 쪼잔한 복수에 나설 차례다. 인터넷 천재인 그는 여자친구의 가슴 사이즈를 자기 블로그에 폭로한다. 분이 안 풀린 그의 적개심은 자신의 매력을 몰라주는 뭇 여학생들로 향한다. 기숙사 홈페이지를 해킹해 여학생들의 사진을 훔쳐 여대생 인기투표 사이트를 만든다. 여기에 대학생들이 삽시간에 몰려들면서 학교 시스템이 마비된다.

이 하버드대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다. 가입자가 5억명이 넘는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인맥 사이트로 기업가치가 50조원을 넘는다. 저커버그는 1984년생. 2004년 페이스북을 개발할 때 대학생이었다.

뛰어난 아이디어로 대박 신화를 만든 그가 지질이였다니. 페이스북이 만들어진 뒷이야기를 담은 영화 <소셜네트워크>는 마치 고발이라도 하듯 저커버그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위대한 에스엔에스의 탄생 뒤에는 하버드대생의 풀리지 않는 열등감이 있었다는 것. 여기서 더 나아가 저커버그는 대박 아이디어를 훔치기까지 했다. 시스템을 다운시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그의 명성이 학교 전체에 퍼지고,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는 그에게 하버드대생들만의 인맥 사이트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저커버그는 이 제안을 수락하고도 그들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몰래 페이스북을 내놓는다. 나날이 팽창하는 페이스북에, 음악파일 공유사이트 냅스터로 돈방석에 올랐다 저작권 송사에 휘말린 숀 파커가 합류하면서 사업은 더욱 커진다. 이런 가운데 저커버그는 사업파트너이자 친구인 에두아르두 사베링을 회사에서 쫓아낸다. 배신감과 분노에 치를 떠는 윙클보스 형제와 사베링은 그에게 소송을 건다. <소셜네트워크>는 이 소송의 진실 공방을 쫓아가는 가운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페이스북이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 결과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저커버그는 천재적 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그를 돈방석에 앉힌 것은 못난 열등감과 어그러진 욕망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커버그는 악하고 윙클보스 형제와 사베링은 불쌍한 피해자이기만 할까? 그들 역시 저커버그와 그리 다르지 않다. 윙클보스 형제는 페이스북의 단초는 제공했지만 페이스북을 만들 정도로 똑똑하진 못하다. 권위와 허장성세로 가득한 헛똑똑이들이다. 사베링 역시 처음에는 자금을 제공하고 재무책임자 역할을 하지만 페이스북의 잠재력을 읽지 못하고 근시안적 판단력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저커버그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페이스북 만들기에 힘을 보탰지만 실제 페이스북의 성장을 도운 이는 냅스터의 숀 파커였다. 숀 파커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수완을 가졌으되 윤리적으로는 망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벤자빈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이 영화에서 역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성공담 뒤에 숨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위대한 성공 이면에는 부질없이 허황한 욕망이 숨어 있고, 성공을 둘러싼 인물들은 각각의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결국 냄새나는 비료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 하는 걸까. 그러나 은막이 걷히고 나면 입맛이 쓰다.

실제와 가상 사이의 어느 지점에 놓인 영화 <소셜네트워크>는 벤 메즈리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면서 에런 소킨이 각본을 쓸 땐 추가 취재를 거쳤다.

영화를 본 저커버그는 “여자관계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며 심기가 불편해 했고, 윙클보스 형제는 “매우 사실에 부합하는 영화”라고만 짤막하게 말했다고 한다. 18일 개봉. 15살 관람가.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