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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감초라고요? 전 주인공이라 여겨요, 허허

등록 2011-02-16 18:35

성지루
성지루
영화 ‘아이들’서 간장 녹인 연기
드라마 ‘강력반’선 형사역 맡아
“언제나 혼자 튀지않도록 절제”
충무로 대표 ‘명품 조연’ 성지루

1987년 스무살 때 <부자유친>으로 데뷔해 대학로에서 10여년 뒹굴며 터를 잡았던 그가 2000년 임상수 감독의 <눈물>을 계기로 영화판으로 옮겨온 지 벌써 11년째다. 17일 개봉하는 <아이들>에서는 1991년 대구에서 실종한 개구리소년의 아빠로 나온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다 공명심에 불탄 피디와 교수한테 범인으로 몰려 거의 넋을 잃은 모습으로 나와 관객의 간장을 녹인다.

“감초라구요? 허허. 나는 항상 주연을 했다고 생각해요. 주·조연 구분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맡은 역할은 그냥 웃기거나 그냥 악한 사람은 없어요. 지금의 상황이나 성격에 이르게끔 한 히스토리가 있어요. 시나리오에 그게 없다면 제가 씁니다.”

대개는 막연한 역할로 제의가 오지만 그는 시나리오에도 없는 배역의 이력서를 에이포(A4) 용지 한장에 빼곡히 쓴다고 했다. 그것을 품어야 앞뒤 뚝 잘라서 연기를 해도 당위성이 생긴다는 것. <공공의 적 1> 때도 첨에는 ‘칼잡이 용만이’ 배역이 돌아왔다. 하지만 너무 평면적이어서 ‘마약쟁이 대길이’를 하겠다고 자청했다.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놈팽이들이 몰린 당구장 신에서 “너희들 시체해부해 봤냐, 내가 말이야 의대 다닐 때 말이야” 하면서 함께 출연한 배우들을 웃겨 엔지를 낸 것도 대길이의 세 가지 이력서를 준비해 왔기에 가능했다.

“성지루가 한다면 달라야죠. 감독님이 저를 썼을 때는 기대치가 있잖아요. 이름값을 하고 싶은 거죠. 그 결과가 이력서이고 배역이 숨을 쉬게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조역은 조역. 전체가 잘돼야 하고 상황이 웃겨야 하는 거지 혼자만 무턱대고 들이밀 수 없다. 일정한 선을 넘지 않으려고 무척 절제를 한다. 얼굴이나 몸을 망가뜨려 웃기는 것은 절대사절이다.

그는 1시간40분 인터뷰 도중 두번 울었다. 지난해 사흘 간격으로 타계한 아버지와 조명남 감독을 이야기하면서다.

“명남이 형은 2005년 <간 큰 가족>으로 인연을 맺었어요. 인간으로나 배우로나 저를 인정하고 믿어줬어요. <대도 송학수> 시나리오를 갖고 제작사와 담판을 지으려 함께 가기도 했지요. 마지막 작품인 <대한민국 1%>(2010)도 손병호가 맡은 해병대 조교 역할을 저한테 주려고 했었죠. 촬영 끝나고 항암치료할 때 찾아가고 지리산에 요양할 집을 마련해놓고 기다렸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대전 집에 있는데 문자가 왔다고 했다. ‘갈 수 없는 가족인데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그때 직감이 왔단다.


영화 출연은 배역보다는 감독과의 신뢰 때문이다. 그는 “약아야 하는데 그렇질 못하다”고 했다.

지난해 출연한 4편 가운데 3편이 우정출연이다. 개런티를 안 받거나 아주 조금 형식적으로 받았다. <반가운 살인자>도 그중 하나다. 김동욱 감독은 2001년 <신라의 달밤> 출연 때 맺은 인연이다. 조감독-새내기 영화배우로 동병상련, 형님 동생 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아버지를 여읜 뒤 가족이 더 각별하다.

“그동안 부모님이 험한 꼴을 많이 보셨죠. 죄송하죠. 맨날 추리닝 바람에다, 껄렁한 깡패나 피칠갑 살인자로 나오니 속이 많이 타셨을 거예요. 어머니는 그때마다 울더라구요. 미리 편안하게 찍었다고 말씀드렸지만….” 요즘도 밤마다 쌀주발에 촛불 꽂고 아들 잘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아들도 신경쓰인다. “한번은 4~5차례 내리 죽는 역할을 맡았는데, 11살 작은아들이 울면서 그러더라구요. 이제 그만 죽으라고.”

“왜 주연 욕심이 없겠어요? 아니라면 거짓말이죠.” 그는 지난해 텔레비전 드라마 <별순검 3>에서 조선시대 형사, 올해는 <강력반>에서 현대 형사를 맡아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번듯한 주연은 데뷔 이래 처음이다. 놀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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