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일
일본 동명만화를 영화로 옮겨
‘도망자’ 주인공 심도있게 묘사
“마초적? 지질함을 감추려는것”
‘도망자’ 주인공 심도있게 묘사
“마초적? 지질함을 감추려는것”
‘카무이 외전’ 내놓은 재일동포 감독 최양일
재일동포 최양일(62·사진) 감독이 닌자 영화를 만들었다. 일본의 유명 만화가 시라토 산페이의 동명 만화가 바탕인 <카무이 외전>(17일 개봉).
재일한국인 2세로 <10층의 모기>(1983),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1993), <막스의 산>(1995), <개, 달리다>(1998), <퀼>(2003), <피와 뼈>(2004) 등 강도 높은 액션과 폭력으로 재일 한국인과 일본 사회 소수자들의 정서를 표현해 왔기에 그가 갑자기 닌자를 소재로 고른 것은 뜻밖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서울 이화여대 안 예술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그를 만나 물었다.
“그동안 꾸준히 역사를 공부했으며 영화를 통해 역사와 인간과의 관계를 천착해 왔다. 일본의 젊은이들보다 역사를 잘 안다. 나 자신이 역사의 증거품이기도 하다.”
만화 <카무이 외전>은 1964년에 탄생한 <가무이전>의 번외 편. 차별과 권력에 반대하는 사회상을 힘있게 그린 <가무이전>과 달리 <카무이 외전>은 닌자 조직을 탈출해 끝없이 도망치는 가무이의 내면을 심도 있게 그려냈다. 이번 영화는 1982년 <빅 코믹>에 연재되었던 <스가루 섬> 편이 원작이다.
만화를 영화로 옮기기는 어렵지 않을까?
“독자의 상상력을 수반하는 만화를 영화적으로 풀어내기는 어렵다. 원작은 계급사회가 깨져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깊이 있는 작품이다. 감독으로서 어려운 선택이었다.”
그런데 하필 닌자 이야기일까? “요즘 닌자가 미국 서부영화처럼 상품화된 측면이 있다. 나 역시 어려서 요술을 부리고, 허공을 나는 비현실적인 존재로 알았다. 하지만 60년대 야마모토 사쓰오 감독의 <시노비노 모노>(첩자)를 보고 닌자가 천민 출신의 멋없는 존재임을 알았다. 그들은 폭력의 선봉에 선 공작자인 동시에 각종 기술에 능한 기능인이자 자연과학, 천문과학에 능한 지식인이었다. 무궁한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다. 이번 영화는 어려서 본 야마모토 영화에 가깝다.” 만화 <가무이전>이 리얼리즘 만화로 1960년대 대학생들의 필독서였던 것처럼 <시노비노 모노> 역시 젊은이들한테 많은 영향을 준 영화다. 최 감독은 요즘 유행과 달리 사실주의 닌자영화를 만든 것을 두고 제작자와 자신이 함께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표현했다. ‘탈주 닌자’의 고독한 싸움은 자연스럽게 최 감독의 정체성을 연상시킨다. “아웃사이더, 경계인에 관심이 있는 건 맞다. 하지만 내가 재일 한국인인 점과 직접 결부하기엔 부족하다. 그렇게 단순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평범한 직장인이 돼 있을 거다. 나도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죽을 때까지 영화를 지켜봐 달라. 아마 그 안에 답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는 주류와 비주류가 충돌하는 경계지대가 모순과 갈등, 그리고 이의 해소가 기본인 영화의 배경으로 적절하고 자신이 즐기는 폭력과 액션 기법과 통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비애를 표현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의 영화는 남성들이 주인공이다. “마초적 시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관심은 강인함과 지질함을 동시에 갖추고 마키아벨리즘을 구현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질함을 감추려고 할수록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이탈리아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신은 마초냐?’라고 떠봤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현장에서는 그렇다는 말이 들린다. 아마 그곳에는 나 아닌 다른 인격체가 있는지 모르겠다.”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그런데 하필 닌자 이야기일까? “요즘 닌자가 미국 서부영화처럼 상품화된 측면이 있다. 나 역시 어려서 요술을 부리고, 허공을 나는 비현실적인 존재로 알았다. 하지만 60년대 야마모토 사쓰오 감독의 <시노비노 모노>(첩자)를 보고 닌자가 천민 출신의 멋없는 존재임을 알았다. 그들은 폭력의 선봉에 선 공작자인 동시에 각종 기술에 능한 기능인이자 자연과학, 천문과학에 능한 지식인이었다. 무궁한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다. 이번 영화는 어려서 본 야마모토 영화에 가깝다.” 만화 <가무이전>이 리얼리즘 만화로 1960년대 대학생들의 필독서였던 것처럼 <시노비노 모노> 역시 젊은이들한테 많은 영향을 준 영화다. 최 감독은 요즘 유행과 달리 사실주의 닌자영화를 만든 것을 두고 제작자와 자신이 함께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표현했다. ‘탈주 닌자’의 고독한 싸움은 자연스럽게 최 감독의 정체성을 연상시킨다. “아웃사이더, 경계인에 관심이 있는 건 맞다. 하지만 내가 재일 한국인인 점과 직접 결부하기엔 부족하다. 그렇게 단순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평범한 직장인이 돼 있을 거다. 나도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죽을 때까지 영화를 지켜봐 달라. 아마 그 안에 답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는 주류와 비주류가 충돌하는 경계지대가 모순과 갈등, 그리고 이의 해소가 기본인 영화의 배경으로 적절하고 자신이 즐기는 폭력과 액션 기법과 통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비애를 표현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의 영화는 남성들이 주인공이다. “마초적 시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관심은 강인함과 지질함을 동시에 갖추고 마키아벨리즘을 구현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질함을 감추려고 할수록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이탈리아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신은 마초냐?’라고 떠봤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현장에서는 그렇다는 말이 들린다. 아마 그곳에는 나 아닌 다른 인격체가 있는지 모르겠다.”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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