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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과속스캔들·써니 흥행 2연타…‘동기의 힘’

등록 2011-05-26 22:06수정 2011-05-27 21:10

강형철(오른쪽) 감독과 이안나(왼쪽) 프로듀서
강형철(오른쪽) 감독과 이안나(왼쪽) 프로듀서
강형철 감독·이안나 피디
용인대 영화영상과 출신 인연
‘과속…’땐 뚝심으로 무시 극복
‘써니’땐 투자자들이 먼저 찾아
인터넷 메신저 자판을 두들겼다.

-나, 울었어.

-뭔 일 있어?

또 능청은. 자기가 방금 메신저로 쏴준 시나리오 읽고 울었다는데, 뭔 일? 경영학과 다니다 영화가 좋아 2학년으로 들어온 이 편입생 오빠의 영화는 그때도 그랬다. 학과 과제물 단편영화 시사회가 끝날 무렵 늘 허겁지겁 완성본을 들고 나타나 틀어 보면, 블랙코미디 같은,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영화로 폼 좀 잡더니만. “학생 단편이라고 자살, 인간의 고뇌 같은 주제 말고 음악도 넣어가면서 재미있는 화법으로 풀어가고 싶다”고 했었지 아마.

지난해 4월, <써니>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이 친구에게 보여준 건 당연했다. 원래 광고를 하고 싶었다기에 대충 과를 때려치울 줄 알았더니, 대학 4학년부터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제작부 막내로 들어가 험한 판에서 최연소 제작부장·실장을 거친 억척 아닌가. “시나리오가 뻔하지 않아?” “연출 경험이 전혀 없네? 강 감독이 누군데?” 투자자들이 무시해도 <과속스캔들> 시나리오 등을 보따리상처럼 싸들고 ‘강형철’이란 사람을 세일즈하고, “언젠가 저 사람들 후회할 거야”란 넋두리도 받아주던 동기이니까.

용인대 영화영상학과 98학번 동기인 강형철(38·위 사진 오른쪽) 감독과 이안나(33·왼쪽) 프로듀서 ‘콤비’가 흥행 2연타를 치고 있다. 2008년 <과속스캔들> 감독과 피디로서 830만 관객을 모으더니, <써니>도 26일 290만명을 넘어서며 3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제작비 본전을 찾는 이 영화 손익분기점은 넉넉히 잡아도 250만명이다. 영화과 후발주자 대학 출신에, <과속스캔들> 이전에 감독과 프로듀서 경력이 전무했던 마이너리거들이 2연타를 치며 메이저리그판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 시내에서 만난 강 감독은 “별 기대하지 않고 극장에 왔다가 생각보다 재미있게 느끼시는 것 같다. 극장에 가보니 관객 연령층이 다양하더라”고 했다. 이 피디는 “누구나 학창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그때를 떠올리고 친구들을 찾아나서는 내용에 공감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추억’이란 소재가 그간 많이 다뤄졌음에도 과거와 현재를 세련되게 오가는 전환과, 웃음을 짚어내는 순발력 등으로 ‘입소문 효과’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써니’(위)와 ‘과속스캔들’.
영화 ‘써니’(위)와 ‘과속스캔들’.

영화계에서 ‘의외의 적시타’로 평가받던 <과속스캔들> 흥행 이후 이들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다. “‘<과속스캔들>은 이런 거고, 강형철 감독은 이런 사람이다’란 20분짜리 영상까지 만들어 투자자를 만나러 돌아다녔다”던 그들이었지만, 이번엔 “강 감독의 새 시나리오 나왔다며? 좀 보여줘”라며 찾아온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어디 두번째도 잘하나 보자”라는 이도 있었다. 강 감독은 “<과속스캔들>의 흥행을 헛된 걸로 만들고 싶지 않았고, 다시 감독 데뷔하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강 감독은 이 피디의 믿음과 지원을 고마워했다. 이 피디는 강 감독 시나리오를 제작자에게 연결해주고, 투자 유치, 제작비용, 배급 섭외 등을 총 관리했다. “합천 세트장에서 시위대와 소녀들이 뒤엉켜 싸우는 장면을 찍던 마지막 3일째 날, 한 컷이 남았는데 해는 떨어지고 비까지 쏟아졌다. 하루가 미뤄지면 스태프와 출연자 숙식비 등이 많이 드는 상황인데도 이 피디가 먼저 ‘다 감수할 테니 걱정 말라’고 말해주더라.” ‘1980년대 시대의 공기가 없다’ ‘부조리한 상황을 유머 있게 표현했다’는 평이 맞서는 이 핵심 장면엔 보조출연자 500여명, 스태프 150여명이 투입됐다.

이 피디는 “강 감독은 시나리오도 탄탄하지만 ‘콘티’(그림대본)를 세밀하게 짠 뒤 촬영에 들어가는 정교한 감독이다. 또 스태프 막내가 알아들을 때까지 (장면과 촬영 의도를) 설명해주는 사람”이라며 흥행을 이끈 감독의 힘을 치켜세웠다.

강 감독과 이 피디는 장기 흥행할 경우, 15살 관람가 등급 등을 위해 일부 잘려나간 장면들을 되살린 ‘감독판’을 새롭게 극장에 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 피디는 “흥행 여부를 보고 감독판 개봉 여부를 확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둘은 명콤비로서 3연타를 날리기 위해 손을 또 맞잡을까. “좋은 피디가 시나리오를 가져와서 강 감독에게 하자고 할 때, 나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치면 안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이 피디가 말하니, 강 감독은 “다른 피디 만나서 고생 좀 해보라는 것이냐”며 웃는다.

<과속스캔들> 때도, <써니> 때도 강 감독은 마지막 장면 촬영 때 이 피디를 자기 옆으로 불렀다. “당신의 피디가 되겠다”고 먼저 찾아와준 그와 촬영의 끝을 함께하고 싶었던 것이다. 강 감독의 <써니> 촬영 “오케이, 컷” 마지막 외침이 나올 때, 이 피디는 편입생 오빠였던 강 감독을 뒤에서 살포시 안아줬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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