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권
‘도약선생’ 배우 박혁권
높이뛰기 엉뚱비법 전수 코치역
2년새 8편 출연 독립영화계 스타
‘써니’ 관객 500만 돌파
높이뛰기 엉뚱비법 전수 코치역
2년새 8편 출연 독립영화계 스타
‘써니’ 관객 500만 돌파
스마트폰이다 뭐다 하는 시대에 아직도 017로 시작하는 휴대전화를 쓰냐고 물으니, “13년 전에 개통했는데, 불편한 게 없다”며 웃고, “텔레비전도 거의 보지 않는데, 그보다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냐”고 하더니, <서양 지성과의 만남>이란 책을 들고 왔는데 “책은 늘 중고책방에 가서 산다”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도 여러 설명이 더 필요하다.
“술 마시며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정읍 양조장에 주문해 마시는 막걸리를 보관하려고 중고 냉장고를 최근에 샀다”는 그는 “사람들뿐 아니라 고양이가 담 위에서 걷다 미끄러지면 아~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고 아플까, 이렇게 동물들을 관찰하는 것도 즐겁다”고 한다.
괜한 조급함이 없으면서 인물과 자연에 대한 세심한 관심은 편안하면서도 사실감의 밀도가 높은 그의 연기를 떠받치는 힘이다.
얼굴을 보면 “음…, 아!” 하고 끄덕일 수 있는 박혁권은 최근 드라마를 챙겨본 이들에겐 여성그룹 미스에이 ‘수지’의 아빠(<드림하이>)나, 김태희의 아빠(<마이프린세스>)로 기억될 것이다. 케이블 방송까지 섭렵했다면 페이크(가짜) 다큐 <유브이(UV)신드롬 비긴즈>에서 개그맨 유세윤이 있는 그룹 ‘유브이’를 연구하는 파리8대학의 석학 역으로 폭발적 마니아층을 형성한 ‘기 소보르망’ 박사로 인지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를 반만 아는 것이며, 그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독립영화계의 스타배우로서 전방위 활약을 펼친다는 사실에까지 확장해야 한다. 올해 초 독립영화 흥행기준선인 1만명을 넘어선 <혜화, 동>에 나온 그는 지난 4월 인권영화 <시선 너머>에 이어 오는 30일 개봉하는 윤성호 감독의 <도약선생>에도 출연한다. 최근 2년간 나온 독립영화만 8편에다, 상업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의형제> <이층의 악당>에도 출연했다.
그는 청춘들의 꿈과 사랑을 재기발랄하게 다룬 <도약선생>에서 장대높이뛰기에 도전하는 2명의 선수를 훈련시키는 ‘전영록 코치’ 역을 맡았다. 정작 자신은 평형감각이 없어 옆으로 곧잘 쓰러지면서도 선수들에게 “하늘로 뛰어올라 답을 얻고 난 다음에, 내려오라”는 나름의 방법을 전수하는 엉뚱한 코치 역을 소화해 65분짜리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는 “2~3개의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영화계를 장악하는 상황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서도 독립영화가 보호받고 활성화돼야 한다”며 “요즘 독립영화들은 무겁지 않은 대중성도 지녔다”며 독립영화 애찬론을 폈다. 그의 말처럼, 영화계에선 상업영화보다 독립영화 쪽에서 영화적 완성도를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는 평들이 많다.
1993년 극단 산울림에 들어가 연극배우로 시작한 그는 이듬해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했고, 이후 극단 학전의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등 다수의 연극과 뮤지컬에 출연했다. 연봉 200만원만 손에 쥐던 지독한 무명배우 시절도 겪은 그는 “내가 연기하면 정말 그 사람 같다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