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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액션영화로 보라고 만든 전쟁다큐 아닙니다

등록 2012-04-13 19:29

오는 26일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아르마딜로>의 한 장면.
오는 26일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아르마딜로>의 한 장면.
[토요판] 최성진의 오프라인 TV
아프간전 다룬 ‘아르마딜로’
6개월간 병사들과 생활하며
전투 장면 등 참혹함 담아내

삶과 죽음이 수시로 교차하는 전쟁터는 살아있는 화면을 원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최고의 현장이다. 병사가 느끼는 전쟁의 광기와 두려움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종종 영화적 자극이나 긴장감으로 치환되기도 한다. 따라서 전쟁 다큐멘터리는 전쟁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감독의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오는 26일 한국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아르마딜로>는 아프가니스탄 최전방 기지인 아르마딜로에서 주둔하고 있는 4명의 덴마크 병사를 다루고 있다. 다큐 제작진은 6개월간 젊은 병사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이 바라보는 전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있다. 행군 도중 탈레반이 쏜 총탄에 맞아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병사의 모습, 건물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탈레반 병사들이 폭격으로 포연과 함께 한순간에 사라지는 장면은 어떤 영화보다 충격적이다. 아르마딜로의 수입·배급사도 홍보 포스터 등에서 ‘충격’ ‘실화’ 등 자극적 표현을 쓰며 이 다큐멘터리를 ‘팽팽한 긴장감과 현실감을 갖춘 전쟁영화’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감독 야누스 메츠 페데르센이 아르마딜로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허구적 재미가 아닌 사실적 분노였다. 그는 다큐 개봉과 함께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10년 넘게 진행됐지만, 그곳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더 많은 사람이 깨달았으면 한다.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전혀 만들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적이라고 여긴 사람들과 싸울수록 우리의 적은 늘어난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그걸 깨닫길 바란다.”

2010년 아르마딜로가 처음 개봉된 덴마크에서는 이 다큐멘터리를 놓고 격렬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당시만 해도 대다수 덴마크 국민은 아프간에 파병된 자국 병사의 임무가 현지 주민의 생활을 지원하는 평화유지군 활동이라고 믿었다. 아르마딜로는 그들에게 잔인한 전투를 거듭 치르며 전쟁에 길들여지는 덴마크 청년의 모습을 보여줬다.

아르마딜로를 통해 아프간 전쟁의 실태와 덴마크 파병 군인의 모습을 재발견한 덴마크에서는 파병에 대한 찬반논쟁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진보진영에서는 “아르마딜로는 우리가 왜 전쟁을 그만둬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고, 보수진영에서는 “우리 군인들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맞섰다. 덴마크 시민사회단체는 파병 목적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정부를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논란이 치열해지며 아르마딜로는 덴마크 다큐멘터리로서는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한편 아르마딜로는 제63회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로는 처음으로 비평가주간 대상을 수상하며 이미 전세계에 그 존재를 알렸다. 이외에도 제54회 런던국제영화제 베스트 다큐멘터리상, 제23회 유러피언영화제 베스트 다큐멘터리상 등을 휩쓸었다. 한국에는 지난해 제3회 디엠제트(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를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성진 기자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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