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03~2005 관람객 현황
시-영화계 마찰, 2005년 3만명 발길, 예년비해 절반 뚝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문화행사의 대표 성공사례로 꼽혀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피판 Pifan)가 우려했던 대로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특히 이른 기간에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던 피판의 추락은 영화제 운영 주도권을 둘러싼 지자체와 영화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 동안 열린 제9회 부천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모두 3만3753명으로, 좌석점유율은 34.7%에 불과했다. 유료관객만 따지면 좌석점유율은 26%까지 떨어진다. 이는 지난해 열린 8회 영화제의 관람객 6만4603명, 좌석점유율 64%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모두 65편이 매진됐지만, 올해 매진 작품은 9편 뿐이었다. 올해 피판에 들어간 돈은 23억원에 이른다. 반면 매표 수익은 1억5천만원에 그쳤다.
피판 영화제 관계자는 “영화제 후반으로 갈수록 관객이 줄어들어 시 관계자들이 수십장씩 표를 사들이기도 했다”며 “이러한 표들을 빼고 실제로 영화를 관람한 관객만 따지면 이번 영화제의 좌석점유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실패에 대해 부천시 관계자는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이 연 리얼판타스틱영화제에 관객을 많이 빼앗겼다”며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시의 방침이 영화계에 대한 부당한 간섭으로 잘못 비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의 실패는 지난해 말 시가 8년 동안 영화제를 이끌어온 김홍준 집행위원장을 해임하면서 시작된 시와 영화계의 마찰에서 예견됐다. 시는 지난해 12월 피판이 그동안 마니아 관객층 중심으로 진행됐다고 보고, 지역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이 적절하지 않다며 그를 느닷없이 해임했다.
이에 대해 영화계는 “홍건표 부천시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집행위원장에 앉히기 위해 2007년까지 임기를 보장하기로 한 김 위원장을 해임했고, 이는 시장이 영화제를 정치적으로 사유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영화제 사무국 직원 11명 가운데 9명이 영화제를 떠났고, 이들은 피판과 같은 시기에 서울에서 리얼판타스틱영화제를 따로 열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프로그래머는 “피판의 실패는 민관이 함께 추진하는 문화사업에 자치단체가 민간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간섭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문화사업에 대한 단체장이나 일부 관료들의 생각이 영화제 자체를 좌지우지할 수 없는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피판과 같은 기간 동안 2억원의 예산을 들여 61편의 영화를 상영한 리얼판타스틱영화제에는 1만1009명의 관객이 참여해 42%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부천/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부천/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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