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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불편한 영화라고요? 사회의 ‘생얼’이 불편한 거겠죠”

등록 2012-05-20 20:26수정 2012-05-20 21:35

‘돈의 맛’ 임상수 감독
‘돈의 맛’ 임상수 감독
‘돈의 맛’ 임상수 감독
‘칸’ 장편경쟁 부문에 진출
전작 ‘하녀’ 주제의식 확장
하층 인간들의 분노 담아
“재벌비판으로만 보면 안돼
영화로 정치·사회적 발언”
임상수(50) 감독은 동의하지 않았다. “내 영화를 정확히 보지 않은 게으른 기자들이 반복적으로 붙인 딱지”라고 했다. 돈·권력·욕망 속에 웅크린 우리 사회 속살을 조소 섞인 시선으로 응시한 그의 영화들이 “불친절하고 불편하고 잘난 척하며 냉소적”이란 일부 평에 대해 “틀렸다”고 반박했다.

“내 영화가 불편한 게 아니라, 내가 보여주는 사회의 ‘생얼’이 불편한 거죠. 난 감상을 배제한 리얼리스트이고 싶어요.”

-감상 배제?

“사회현상을 냉혹하게 본다는 거죠. 그 속에서 낙관, 희망의 징조도 찾으려는 감독입니다.”

17일 개봉한 <돈의 맛>은 돈의 권력 앞에서 모욕을 겪는 인간들의 불행한 민낯을 차갑게 비춘다. 재벌가 월급쟁이 비서 ‘주영작’(김강우)과 재벌가의 딸 ‘나미’(김효진)가 영화 막판 참회에 나선 모습에서, “희망적 낙관”도 보여주고자 한다. 그의 전작 <하녀>(2010)의 확장판인 이 영화는 부조리한 상황과 대사들로 웃음을 준다. 그 대사와 감정들이 좀 뜬금없다거나, 최상류층의 민낯을 다룬 설정들이 그렇게 새롭지 않다고 여긴 관객에겐 덜 대중적인 영화로도 비칠 것이다.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등을 연출한 그는 <하녀>에 이어 이 작품으로 16일 개막한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에 올랐다. 출국에 앞서 16일 만난 그는 “영화 반응이 어떠냐”고 먼저 물었고, 기자는 “시사회에서 호불호가 반반으로 갈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시사회 땐 천민자본주의, 재벌 비판 영화가 아니라고 했는데요.

“누가 봐도 재벌 이야기지만, 재벌 비판으로 한정되고 싶지 않은 거죠. ‘돈이 많든 적든, 자존심과 위엄을 손상하면서까지 모욕적으로 살아야 하는가, 만국의 월급쟁이들이여 오욕투성이 인생을 바꿔보자’란 얘기를 담고 싶었죠.”

-<하녀>를 찍고 미진해서 만들었다고 했는데.

“<하녀>에선 기획된 영화의 고용감독이었죠. <하녀>에서 ‘우리 모두는 (조직사회에서) 하녀’라고 얘기했지만, ‘난 전도연 같은 하녀가 아니다’라고 받아들인 분들도 많았죠. 좀더 대중적으로 접근하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주영작과 함께 굴욕과 분노를 느끼고, 그 모욕을 어떻게 해결할까, 같이 감정이입하고 동일시하도록.”

-주영작과 나미가 재벌가에 희생된 필리핀 하녀를 위한 참회에 나서는 걸 두고, ‘냉소적 임상수의 감상’이란 얘기도 나왔어요.

“주영작이 더는 모욕을 당하지 않으려고 그 집안에서 나오는데, 자기보다 더 모욕을 당한 사람(하녀)에 대한 사과와 위로쯤은 해야 완전히 떠날 수 있다고 봤어요. 두 아름다운 청춘을 통해 희망의 징조도 보여주려 한 거죠. 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입니다.”

-재벌가 안주인 백금옥(윤여정)이 주영작을 탐하는 정사장면에선 객석에서 웃음도 나오더군요.

“현실과 드라마·영화에서 돈 있는 중년 남자가 젊고 예쁜 여자를 추악하게 탐하는데, 그 성적 관계의 역전을 보여준 겁니다.”

-윤 회장(백윤식)이 성 접대 등으로 괴로워하다 자살한 여배우 사건을 언급하며 “딸 같은 애잖아”라며 후회하는 대사들도 나오던데요.

“여배우 사건뿐 아니라, 취업을 못해 성매매로 흘러들어간 딸 같은 아이들을 탐하는 사회 풍조에 대한 반성을 원했던 겁니다.”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를 강제 진압하는 방송을 보면서, 재벌가 아들(온주완)이 “아파트 한 채씩 주고 중산층 놀이를 하게 해줬어야 하는데”라고 말하던데요.

“한국의 리더들이 노동자가 중산층으로 느끼며 살 수 있을 정도는 했어야 한다는 것을 (비틀어) 드러낸 말입니다.”

-윤 회장이 사랑한 하녀를 필리핀 여성으로 설정했는데요.

“극중 외국 백인 로비스트 밑에, (백금옥 여사의) 집안이 있고, 그 밑에 주영작, 다시 그 밑에 이주노동자가 있는 인종적 위계질서도 보여주고 싶었죠.”

-주로 돈·권력·욕망 등의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난 지금 영화를 통해 정치·사회적 발언을 하는 거예요. (민감한 내용의) 이 영화도 여기까지 오는 데, 위험한 일이 많았죠. 기적같이 나온 영화입니다.”

-압력? 투자자 압박?

“여기까지만.”

-<바람난 가족> <하녀>에 이어 또 윤여정씨를 캐스팅했는데.

“감정과잉을 하지 않고, 연기를 최소화해요. 연기를 덜어내서, 연기가 좋은 배우이죠.”

-하나만 더. 투자자 반대에도, (백 여사한테서 희생당한) 시신이 눈을 뜨는 장면을 넣은 이유는 뭐죠?

“내가 저지르진 않았어도, 보는 사람들이 그 공포감을 통해 죄의식을 같이 느끼기를 원했죠.”

그는 “칸에 갔다 빈손으로 오면 섭섭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 속 인종적인 위계질서가 칸에선 더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고, (돈의 탁류 속에서 모욕당한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죄의식이 칸 뤼미에르 극장 안에 넓게 퍼졌으면 한다”고 했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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