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오후 서울 홍대 앞 한 빌딩에 자리잡은 시각효과팀 모빅스의 사무실에서 공포영화 <첼로>의 시각효과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100℃르포 - 7초짜리 7일 끙끙 앗, 진짜 귀신이닷!
흰 소복, 긴 생머리 가발, 핏빛 물감만 있으면 공포영화 한편이 ‘뚝딱’ 만들어지던 때가 있었다. ‘수공예’ 공포영화 시절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고소영이 구미호로 등장했던 ‘본격적인 한국형 특수효과(SFX) 공포영화’ <구미호>가 나온 지도 벌써 11년이 지났다. 특수분장은 여전히 공포영화의 ‘앙꼬’지만, 컴퓨터 그래픽 시각효과 없는 특수분장은 이제 밀빵 없는 앙꼬와 같다.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우철 감독·성현아 주연의 공포영화 <첼로-홍미주 일가 살인사건>의 막바지 시각효과 현장을 찾았다. 실사촬영전 ‘사전시각화’
3D로 형태 만드는 ‘모델링’
사물에 색 입히는 ‘맵핑’
빛에 따른 음영조절 ‘라이팅’
장면 합성 ‘랜더링’ 끝내니
짜잔∼진짜보다 더 진짜 탄생 31일 오후 서울 홍대앞 엘지팰리스 빌딩 16층에 있는 시각효과팀 모비딕의 사무실. 모비딕은 영화 시각효과를 전문적으로 하는 20여개 팀 가운데 한해에 4~8편을 찍는 중견 업체다. 컴퓨터 여섯대가 나란히 놓여있는 작업현장에서는 컴퓨터 숫자만큼 2D, 3D 아티스트들이 모니터 난반사 방지용 우드락 속으로 얼굴을 들이댄 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쾌적하고 학구적인 피시방 처럼 보이지만, 이 공간을 채운 컴퓨터들은 대당 가격이 1천만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다. 모비딕은 지난 한달 반 동안 이 컴퓨터들을 이용해 전체 10분 분량의 시각효과 장면을 거의 마무리했다.
실사장면과 모델링·맵핑·라이팅·랜더링 등 시각효과가 합쳐져 공포영화 <첼로>의 한 장면이 완성되는 과정이다.
공포영화의 백미 ‘귀신장면’에서도 어김없이 시각효과가 활용됐다. 긴 생머리를 수평으로 뻗은 귀신이 스멀스멀 희생자에게로 다다가는 장면이었다. 이 섬찟한 장면의 실사는 이랬다. 스태프들이 귀신의 머리카락을 집게로 고정시킨 뒤 이를 수평으로 떠받쳤다. 그리고 수레에 올라탄 귀신을 희생자 쪽으로 슬금슬금 들이밀었다. 생각만 해도 우스꽝스런 장면이지만, ‘랜더링’까지 끝낸 완성장면은 진짜 귀신이 등장하는 듯 등골이 오싹했다. 여기서 잠깐. 1994년부터 이 일을 시작한 문 감독은 한국 영화 시각효과 1세대로 <내추럴 시티> <바람의 파이터> <연애의 목적> 등의 시각효과를 연출했다. 헉! <연애의 목적>에도 컴퓨터 그래픽이 쓰였다고? ‘아, 진짜 시디(CD)만했던 강혜정의 얼굴, 그게 시각효과였나보다… 내 그럴 줄 알았어! 크하하!’ 질투에 불타 딴 생각을 하는 사이 문 감독이 말한다. 수학여행 장면에서 차창 밖으로 쌩쌩 지나가던 버스들이 몽땅 컴퓨터 그래픽이었다고. 영화 초반 강혜정과 박혜일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갈 때 흩날리던 낙엽이 컴퓨터 그래픽이었고, 영화 말미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던 눈밭도, 여관골목도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이었단다. ‘오, 놀라워라~시각효과!’ 문 감독이 말하는 진정한 시각효과란 이런 것이다. “실사가 아닌 장면을 실사로 보이게 만드는 것!” 글·사진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그래픽 모비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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