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웃사람’
김영진의 시네마즉설
<이웃 사람>
강풀의 웹툰을 영화로 만든 <이웃 사람>의 관객 반응을 보니 약간 호오가 갈린다. 영화를 먼저 보고 궁금해서 웹툰을 찾아 읽은 나는 영화에 만족했다. 원작을 읽은 독자들은 대체로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 반응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웹툰 <이웃 사람>은 스토리텔링이 탄탄하고 이미지의 환기력 면에서 웬만한 영화보다 낫기 때문이다. 여러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가 개별적으로 무리 없이 펼쳐지다가 자연스레 절정부에서 합쳐지는 웹툰 원작의 호흡을 따라잡기에 영화 <이웃 사람>의 리듬은 힘에 부친다. 출연배우들이 모두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도 그렇다.
이 영화로 데뷔한 신인감독 김휘의 연출이 무능하거나 게을러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가 계산하지 못한 것은 1시간50여분의 상영시간 동안 조합해야 할 인물들의 사건과 동선이다. 그는 원작을 충실히 따르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런 방식은 안전해 보이면서도 원작 만화의 호흡을 따라가기엔 엄청난 도전이다. 그런데도 나는 별다른 저항감 없이 영화를 즐겼을 뿐만 아니라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는 가벼운 흥분을 느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복기해보니 그건 영화 속 등장인물들 가운데 도드라진 두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 덕분이었다. 사채업을 하는 동네 양아치 깡패 역의 마동석과 연쇄살인범 류승혁 역의 김성균은 플롯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각자의 인상을 관객에게 강하게 남긴다.
재개발 예정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살인사건이 연속 벌어지고 범인은 단서를 흘리는데도 영화 속 동네 주민들은 저마다의 소시민적 근성으로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더 큰 비극을 맞이할 뻔한다. 그들은 사건이 꽤 흐른 다음 더 큰 파국을 맞이할 뻔하고서야 행동에 나서는데 마동석이 연기하는 동네 깡패 안혁모는 이 클라이맥스 대목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가 유별난 주인공이 아닌데도 그렇다. 정의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이 인물이 범인을 잡겠다고 설치는 대목에 아이러니가 담겨 있지만 그 인물에 인간적 온기를 세게 불어넣은 것은 배우 마동석의 힘이다. 2002년에 데뷔했고 단편영화까지 포함해 60여편의 영화에 등장한 이 배우는 우람한 근육질 외모에 어딘가 모르게 빈틈이 많을 듯한, 자의 반 타의 반 손해 보는 것을 감수할 듯한 인간적 매력을 품고 있다. 무뚝뚝하게 구는 듯하면서도 실은 속에 하고 싶은 살가운 말을 감춘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이 인물의 넉넉함 덕분에 영화 <이웃 사람>은 후반부의 심리적 안전판을 상당 부분 그에게 빚지면서 활기차게 굴러간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내면을 전혀 알 수 없는 충직한 조직폭력배로 나온 김성균은 이 영화에서 지저분한 몰골로 약자만을 골라 범행을 저지르는 비열한 살인범 류승혁으로 나온다. 그는 무서운 사람인 것 같지만 비겁한 악당이다. 희생자의 유령을 보며 벌벌 떠는 류승혁의 모습을 담은 영화의 에필로그는 웹툰보다 센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이 인물을 김성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연기하는 걸 영화를 보고 나면 상상하기 어렵다. 혐오감을 주지만 쉽게 내려다볼 수 없으면서 동시에 올려다보고 무서워할 깜냥은 아닌 일상적인 악당의 모습을 균형감 있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 <이웃 사람>은 마동석, 김성균 이 두 배우의 존재감을 재차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상 가치가 있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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