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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웃음기 빼고 진지함 더했어요

등록 2012-09-23 20:11

배우 유해진(42)
배우 유해진(42)
‘간첩’ 유해진
남파간첩 ‘최 부장’ 역할 맡아
냉혹하고 살기오른 연기 펼쳐
“익숙한 맛만 보면 질리잖아요”
1999년 봄 영화 <간첩 리철진> 촬영장. 당시 “연극 장기 공연을 막 끝내고 어디든 여행을 가고 싶었던” 배우 유해진(42)에겐 극중 이름이 없었다. 생계에 지친 고정간첩과 어리숙한 신참내기 간첩이 ‘이념보단 먹고사는 문제’의 애환을 그려내는 동안 그가 맡은 ‘어깨 2’는 “딱 하룻밤만 촬영”하고 현장을 떠나야 했다.

2012년 가을 <간첩 리철진>과 비슷한 소재인, 남한의 고달픈 생활인이 돼 버린 고정간첩을 다루는 영화 <간첩>(20일 개봉)에서 유해진은 ‘최 부장’이라는 그럴듯한 직함을 갖고 주인공 자리에 앉았다. 무명의 신입사원이 13년 만에 부장으로 승진한 셈이다.

촬영 기간 내내 촬영장을 지키며 감독과 자주 토론하면서 “정형화된 간첩 이미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서” 대사를 고치거나, 의상 소품을 바꾸기도 했다. <간첩>에서 북한 최고의 킬러인, 냉혹한 간첩 최 부장을 연기한 유해진을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상대가 사과를 좋아한다고 해서 계속 사과만 줄 순 없잖아요. 한 가지 맛보다는, 때론 ‘이런 다른 맛도 있습니다’라고 알리는 거죠. 익숙한 맛만 제공하다보면 질리잖아요.” 그는 자신의 코미디 연기를 사과에 비유했다. 이번엔 사람들이 기대했을 사과(코미디 연기)의 맛과는 다른 맛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김명민·염정아·변희봉·정겨운이 밥벌이와 가족의 안위에 몰두하는 간첩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반면, 유해진은 진지한 얼굴로 이념을 좇는다. 냉정하고 살기 오른 그의 표정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코믹함·어리숙함·양아치 연기 등이 유해진의 전매특허처럼 굳어지던 때가 있었지만 그는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연기도 꾸준히 해왔다. “<이장과 군수>, <트럭>, <마마>도 있었고. <부당거래>에서도 그랬죠. <간첩>의 우민호 감독도 아마 <부당거래>의 제 연기를 보고 최 부장 역할에 어울릴 것 같다고 판단한 걸로 알고 있어요.”

한때는 ‘양아치 연기의 달인, 코믹한 배우’로 이미지가 고정되는 게 싫었다. “몇 년 동안 그런 얘길 들었어요. ‘왜 나를 가지고 새로운 모습을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서운하기도 했죠. (다양한 역을 맡을)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작품 편수를 늘려가며 연기 폭을 넓히고 있는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런데 계속하다 보니까 정이 생기는 게, 동정이 가더라고요. ‘왜 이 사람이 이런 일밖에 못할까. 그렇게 된 환경은 뭘까’를 생각하게 되고요.” 그는 악역이라 해도 작품에서 “그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구석과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는 역이면 좋다고 말한다.

배우로서 자신에게 특정한 고정관념이 씌워지는 것을 경계하는 그는 말 한마디를 내뱉는 데도 조심스러워했다. 신중한 성격 탓에, 세간에 오르내렸던 동료 배우와의 연애 이후, 세상의 궁금증이 더욱 껄끄러울 만도 하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라고만 말했다. 이제는 혹은 아직은 어떤 말도 보태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는 지지난해까지만 해도 고양이를 길렀지만, 잦은 지방 촬영 때문에 지난해 지인에게 분양했다. “자주 집을 비워야 하니까, 그 사람한테 미안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미간을 찌푸려 정말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양이를 ‘그 사람’이라고 따뜻한 목소리로 불렀다.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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