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관객 심장도 함께 쿵쾅쿵쾅…‘새로운 액션’ 맛보실래요

등록 2012-11-04 20:07

정병길 감독
정병길 감독
‘내가 살인범이다’ 정병길 감독
살인범과 형사 7분여 추격전땐
카메라 든 스턴트맨 함께 낙하
액션스쿨 선배들 선뜻 대역출연

만화같은 격투·레이싱같은 속도…
“다음엔 더 센 걸로 준비해야겠죠”

“부끄럽지만 ….”

이 말 끝에 정병길(32) 감독은 “한글도 13살 정도에 깨쳤고, 학교성적도 뒤에서 1%였다”고 했다. 영화 정규교육을 이수한 적도 없다. 27살에 중앙대(영화전공)에 들어갔지만 세 학기만 다녔다. 오히려 그는 “9살까지 전북 남원에 살며 개구리 잡고, 한글을 잘 몰랐지만 동화책 그림으로 상상력을 키우고, 만화랑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머릿속에서 어떤 이미지를 영상 화면으로 연결시킬
수 있게 된 것”, 그 모두를 영화 일을 하는 ‘자양분’이라 여긴다.

무엇보다 “배우도 하고 연출도 해보려고” 2004년 서울액션스쿨 8기생으로 들어간 게 영화와 가까워진 계기가 됐다. 스턴트맨 동기생의 얘기를 다뤄 화제를 모은 다큐멘터리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2008) 등을 연출하며 현장에서 영화를 익혀갔다.

그 자신이 ‘액션연기’를 배웠기에,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8일 개봉하는 <내가 살인범이다> 제작과정에서 “예산(순제작비 38억원)이 넉넉하지 않으니 액션장면 하나 정도는 빼자”는 말이 나왔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1일 서울 시내에서 만난 그는 “어? 액션이 새로운데?”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영화 시작과 함께 최형구 형사(정재영)와 살인범이 비 내리는 골목에서 7분여간 펼치는 추격액션은 “관객의 심장도 뛰게 하고 싶었다”는 말처럼, 관객도 함께 쫓고 쫓기는 느낌을 갖게 한다. 살인범이 공중에서 뛰어내릴 땐, “다른 스턴트맨이 촬영감독 대신 카메라를 들고 같이 떨어지며” 그 순간을 담았다. “카메라 앵글만 좀더 신경 써주면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스턴트맨들의 액션이 살아난다”는 걸, 적어도 그는 알고 있어서다.

영화 중반 달리는 차 위에서 ‘떨어질 듯 말 듯’ 치고받는 격투는 “만화적이면서도 역동적이고 오락적인 액션장면”이라 했다. 차 밑에도 카메라를 달았는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스턴트맨들이 외국 스턴트맨들보다 차를 더 빨리 모는 실력인데도 외국 영화보다 좀 느린 속도로 나오죠. 카메라를 밑에 달아만 줘도, (속도감이) 더 무섭게 전해지거든요.”

액션스쿨 동기생이 무술감독을 맡았고, “자신을 가르쳐준 스승이었던 선배들이 (자신한테) 존댓말까지 써주며 스턴트 대역연기자로 출연했다”고 한다.

그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인 <내가 살인범이다>는 생동감 넘치는 액션과 범죄스릴러의 긴박감, 몇몇 코믹장면들이 느슨함 없이 버무려졌다. 단편·다큐영화 연출이 고작인 그에게 대기업 투자·배급사 쇼박스가 제작을 제안한 이유다.

영화는 연쇄살인죄 공소시효가 지난 뒤 “내가 살인범”이라며 참회하는 책을 낸 이두석(박시후)과, 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최형구 형사의 대립을 그린다. 영화는 ‘잘생긴 이두석’한테 열광하는 여론과 그의 인기를 이용하려는 미디어의 행태도 건드린다. 피해자 가족의 복수와 분노 등 많은 것을 한 보따리에 담으려는 버거움도 느껴지지만, 이두석과 최형구를 둘러싼 반전이 드러나면서 영화 몰입도는 높아진다.

“(연쇄살인을 다룬) <살인의 추억>(2003)을 극장에서 보다 옆의 옆에 앉은 아저씨가 범인일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이 범인이 책을 내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게 됐죠.” 실제로 1980년대 일본에서 사가와 잇세이란 사람이 자신의 살인범행을 토대로 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을 알고는 “섬뜩했다”고 한다. 80년대 북한의 김현희씨가 비행기를 폭파했을 때 외모까지 화제가 되며 옹호여론이 생긴 것도 떠올리며, “내가 구상한 영화가 말도 안 되는 것은 아니란 자신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살인죄의 경우 현재 25년까지 연장된 공소시효가 폐지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몇몇 영화 설정들의 현실성 여부에 대해선, “영화의 리얼리티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기보다 스크린 안에서 믿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외국영화 <쥐라기 공원>을 보고, 공룡을 본 적 없는 관객들이 ‘진짜 공룡을 본 것 같다’고 말하는 것”처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자들이 신인 감독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촬영 사전 단계에서 철저히 준비도 했지만, 배우 정재영 선배가 ‘감독이 잘 만들고 있으니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믿어 달라’고 잘 막아줬다”며 고마워했다. 만화가인 친형(정병식)이 연출한 독립 장편영화 <몽키즈>(내년 개봉 예정)에 배우로도 출연한 그는 “관객들보다 반 발짝만 앞서가며 새로운 걸 보여주면서도, 관객들이 끝까지 집중하며 즐거워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 눈높이가 맞춰진 관객들이 다음엔 더 센 액션을 원할 텐데”라 말하는 그는 마치 영화의 재미를 놓고, 관객과 치열한 심리싸움의 액션을 즐기는 듯 보였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시골에 가로등 없어 투표시간 연장 안돼?
심상정 “여왕과 여성대통령은 전혀 달라”
“세금을 더 올리자!” 이것이 남는 장사
코끼리도 멘붕이 온다, 사람 때문에…
‘대통령 1인칭시점’ 출중한 MB의 연기력을 보라
세계 최고의 갑부…비밀스런 ‘철의 여인’
[화보] 내곡동 진실 밝혀질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