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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스케치의 달인, 누리꾼 홀렸다…만화계 한류스타 등장

등록 2013-02-03 16:00수정 2013-02-04 10:45

만화가 김정기. 사내에서.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만화가 김정기. 사내에서.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만화가 김정기 ‘드로잉 쇼’ 영상
단숨에 화폭 채운 신들린 솜씨
유튜브 올린 지 두달 남짓만에
조회수 53만회 인기 끌어
스케치 작품집도 1만부 가량 판매
외국인 뜨거운 반응…작가 “예상밖”

“펜선의 극치를 보았다! 스케치들이 정말 압도적이어서 입을 반쯤 벌리고 말았다.”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아이실드21>을 그린 일본 스타 만화가 무라타 유스케는 지난해 한 한국 만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는 이렇게 자기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는 이 만화가를 직접 보고 싶어 한국까지 건너와 만났고, 이 만화가가 그려준 그림 사인을 다시 한번 트위터에 올려 자랑했다.

일본 만화가를 놀라게 한 이 한국 만화가가 그린 스케치 작품집은 2007년 판이 3만8000원, 2011년 판이 6만원으로 비교적 고가인데도 최근 몇 달 사이에만 4000부가 팔렸고 두 권 합쳐 1만부 가까이 판매됐다. 구매자는 대부분이 외국 독자들. 두 권을 세트로 사면 책값만 9만8000원에 해외 배송비를 합치면 20만원 가까운데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요즘 단연 화제는 한국 만화가 김정기(37·사진)씨의 ‘드로잉 쇼’(Kim Jung Gi Drawingshow in China) 영상이다. 지난해 하반기 김정기씨가 중국 만화 행사에서 시연했던 즉석 드로잉 퍼포먼스를 녹화해 10배속 속도로 올린 이 영상은 지난해 11월19일 유튜브에 소개된 지 불과 두 달 남짓 만에 조회수 53만회를 넘어섰다. 웬만한 한국 아이돌 그룹 뮤직비디오 이상의 조회수다. 국외 독자들이 그의 스케치 작품집을 사기 시작한 것도 이 동영상 때문이다. 덩달아 김정기씨의 드로잉 퍼포먼스를 찍은 다른 동영상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댓글을 보면 한글은 거의 없고 대부분 영어로 쓴 것들로, “놀랍다(Amazing!)” “걸작이다(Masterpiece)”라는 감탄들이 이어진다.

‘강남 스타일’의 싸이에 이어 또 한 명의 동영상 글로벌 한류 스타가 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상을 본 이들이 놀라워하는 것은 김씨의 그림이 실로 정교한데도 아무런 밑그림 없이 그 자리에서 정한 주제를 단숨에 그려나가기 시작해 몇 미터 길이의 화폭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사물의 특징을 세밀하게 잡아내는 묘사력 못잖게 즉석에서 입체적인 구성을 해내는 연출력도 돋보인다.

세계인의 뜨거운 반응에 김씨 자신도 “예상 못했던 일”이라고 할 정도다. 지난해 시작한 김씨의 페이스북 계정 역시 외국인 친구 신청이 쇄도하면서 계정을 만든 지 두 달도 안 되어 친구 한도 5000명을 채웠고, 그가 올리는 그림과 글을 구독하는 신청자 수가 3만6000명에 이르고 있다.

김정기씨의 스케치북. 흔한 볼펜과 붓펜으로 즉석에서 아무런 밑그림 없이 그림을 그린다. 김씨의 스케치북은 그대로 작품집으로 출간되어 외국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김정기씨의 스케치북. 흔한 볼펜과 붓펜으로 즉석에서 아무런 밑그림 없이 그림을 그린다. 김씨의 스케치북은 그대로 작품집으로 출간되어 외국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김씨는 2002년 <퍼니퍼니>로 데뷔해 웹툰 로 알려진 중견 만화가다. 그림 실력 하나는 최고 수준이란 평을 들어왔지만 국내에서 지명도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유튜브를 통해 단숨에 국내외에서 ‘드로잉의 달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2011년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처음으로 즉석 드로잉 퍼포먼스를 한 것이 영상으로 소개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 동영상이 해외 작가들에게 먼저 알려지면서 지난해 프랑스·중국·말레이시아 등에 초청받아 드로잉 퍼포먼스를 펼쳤다.

6살 때부터 만화가를 꿈꿔오다 서양화를 전공한 뒤 만화가로 데뷔한 김씨는 탁월한 그림 솜씨로 만화가 지망생들 사이에서 인기 강사로 통했다. 작은 스케치 노트를 언제나 들고 다니며 일상에서 마주친 장면이나 순간적으로 떠오른 상상을 틈만 나면 그린다. 이 스케치북을 그대로 펴낸 것이 스케치 작품집이다. 김씨는 “그저 떠오르는 대로 그릴 뿐”이라며, “평소 사물이나 사람을 자주 관찰하고 하도 많이 그리다 보니 새끼 발가락부터 그려도 사람의 모양을 다 갖춰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림이란 게 열심히 그리면 누구나 잘 그릴 수 있어요. 저도 그냥 제 주변에 있는 것을 그리면서 시작했거든요. 밑그림 없이 입체적으로 그리는 것 때문에 그림 그리는 작가들이 더 놀라워하더라고요.”

김씨는 “일상적으로 해오던 그림 그리기로 외국 유명 만화가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이상하게 국내에서는 드로잉 퍼포먼스 요청이 없어 아쉽다”며 웃었다. 동영상 스타로 떠오른 덕분에 올해 김씨는 더욱 활발하게 국내외를 오갈 전망이다. 다음달엔 스페인에서 드로잉 퍼포먼스 행사를 하며, 하반기에는 프랑스의 만화 전문 출판사 글레나에서 만화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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