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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우디 앨런의 꼬드김 ‘판타지를 이뤄봐, 여긴 로마잖아’

등록 2013-04-07 20:01수정 2013-04-08 15:03

사진 프레인글로벌 제공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로마 위드 러브
유럽도시 연작의 네번째 편
벼락스타가 되고 외도하고…
이탈리아 음악·유머와 동행

“처녀 때 로마에 와서 여기서 커피를 마셨어요. 40년이 지난 오늘, 똑같은 바에서 딸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거예요. 로마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그저 영원히 존재하는 도시 같네요.”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를 볼 때면, 로마 스페인광장 근처 한 바에서 만난 영국 아주머니의 말이 떠오른다.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꿈같은 휴일을 즐겼던 60년 전 그날이나,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로마 위드 러브>(18일 개봉) 속 요즘 로마는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굳이 꼽자면 오드리 헵번이 머리를 잘랐던 미용실이 잡화점으로 변했다는 정도일 뿐. 그리하여 ‘시간이 멈춘 도시’ 로마는 영화 속에서 모든 판타지가 이뤄지는, 비현실적이지만 실존하는 ‘꿈의 도시’가 된다.

지극히 평범한 남자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기자들에게 시달리게 된다. 일자리를 소개받으러 로마에 온 고리타분한 시골 부부 안토니오와 밀리는 콜걸 안나(페넬로페 크루스) 때문에 ‘아찔한 불륜’에 휘말린다. 은퇴한 오페라 감독 제리(우디 앨런)는 이탈리아 남자 미켈란젤로(플라비오 파렌티)와 결혼하려는 딸 헤일리(앨리슨 필) 때문에 로마에 왔다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예비 사돈을 만나고, 그를 무대에 세우려고 엉뚱한 아이디어를 낸다. 유명 건축가 존(앨릭 볼드윈)은 로마에서 우연히 자신의 젊은 시절과 닮은 건축학도 잭(제시 아이젠버그)을 만나고, 여자친구의 절친과 바람을 피우는 잭의 연애사에 참견한다.

영화는 이렇게 ‘눈뜨니 벼락스타’(명성)가 되고, ‘잠시 동안의 외도’(일탈)를 하고, ‘은퇴 없는 영원한 현역’(꿈)으로 박수를 받고, ‘로맨스가 충만했던 젊은 시절로 회귀’(추억)하는 주인공들의 판타지가 실현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었다. 판타지들은 지극히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감독은 “괜찮아. 여긴 로마잖아. 로마에선 모든 것이 가능하다니까”라고 관객들에게 속삭인다.

<로마 위드 러브>는 런던(<매치 포인트>), 바르셀로나(<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파리(<미드나잇 인 파리>)에 이은 우디 앨런 감독의 유럽 도시 연작 네번째 작품이다. 전작인 <미드나잇 인 파리>와 마찬가지로 ‘관광 안내 영상’이라 해도 될 정도로 콜로세움부터 트레비 분수, 나보나 광장, 그리고 로마판 ‘홍대 앞’인 트라스테베레까지 로마의 명소 곳곳을 누빈다.

주인공들은 한여름밤의 꿈 같은 판타지를 실현한 뒤 결국 일상으로 복귀하고, 약간은 뻔하게 “판타지도 좋지만 현실이 더 낫다”고 중얼거린다. 이미 이뤄진 판타지는 더이상 판타지가 아닌 법.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에게 ‘로마에 가면 나에게도?’라는 기대와 환상을 갖게 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배경만큼 영화를 감미롭게 만드는 것은 ‘음악’이다. 민요부터 칸초네,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모든 음악이 총망라돼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 대신 클라리넷 공연장에 갔을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는 우디 앨런 감독이 직접 선곡했다. 극중 제리의 예비 사돈으로 나온 이탈리아 테너 파비오 아르밀리아토가 샤워를 하며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의 대표 아리아인 ‘별은 빛나건만’을 부르는 장면은 폭소와 감탄을 동시에 자아내는 영화의 백미다. “유로처럼 뻥튀기가 심하시네. 달러처럼 소박해야지”, “결혼생활은 와인과 같은 거야. 숙성이 잘 안되면 끝인 거지” 같은 재기 넘치는 영화 속 대사들도 톡톡 튀며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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