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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90년대 명작이 불러내는 ‘그대 안의 추억’

등록 2013-05-12 20:00수정 2013-05-12 21:08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두 남자의 짧은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려낸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두 남자의 짧은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려낸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20년전 고전들 잇단 재개봉
데미지·러브레터·레옹 이어
노킹온헤븐스도어 등 관객맞이
화질 높이고 삭제 장면 복원도

추억 좇는 30~40대 핵심고객
“옛것 즐기되 빵빵한 사운드로”
당시 감동 느끼고자 극장 찾아

“지나간 삶을 추억하는 것은 그 삶을 다시 한 번 사는 것과 같다.”

로마의 시인 마르쿠스 마르티알리스의 말처럼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 문화는 ‘호모 메모리쿠스’(추억하는 인간)들에게 늘 추억을 되새기는 통로가 된다. 그래서 “추억을 팝니다”류의 마케팅은 시대를 막론하고 성행한다.

최근 극장가에서 ‘90년대의 추억’ 바람이 불고 있다. 90년대라는 시대를 상징하는 유명 영화들이 잇따라 재개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루이 말 감독의 <데미지>(1992)가 무삭제판으로 재개봉한 데 이어, 올해도 <러브레터>(1995), <레옹>(1995), <4월 이야기>(1998) 등 90년대 영화가 줄줄이 재개봉했다. 16일에는 <노킹 온 헤븐스 도어>(1998)가 다시 극장에 걸리고, 6월에는 <니키타>(1990), 7월엔 <그랑블루>(1993)가 재개봉할 예정이다. 이들은 대부분 필름으로 찍은 영화를 디지털화하는 리마스터링 작업을 통해 화질을 높이거나, 심의에서 삭제된 장면들을 복원하는 등 ‘재무장’을 하고 관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장사’도 제법 된다. 지난 2월 개봉한 <러브레터>가 3만8천여명, 4월 개봉한 <레옹>이 3만7천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물론 첫 개봉 당시 각각 140만명(<러브레터>)과 150만명(<레옹>)의 관객이 든 것에 견줘서는 적은 수치지만, 영화계에서는 “재개봉 영화치고는 꽤 놀라운 성적”이라는 반응이다.

텔레비전에서도 이미 몇 번씩이나 방송을 했고, 심지어 디브이디(DVD) 소장도 가능한 이들 영화를 관객들은 대체 왜 극장에 가서 보는 걸까?

지난달 <레옹>이 개봉하자마자 극장을 찾았다는 노영주(37)씨는 “95년은 내가 대학에 입학했던 해로, <레옹>은 내 황금기를 장식한 대표적 영화”라며 “메인 테마곡인 스팅의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를 극장에서 들으니 눈물이 날 만큼 좋았다”고 말했다.

프리다이빙 라이벌인 자크 마욜(장마크 바)과 엔초 몰리나리(장 르노)의 우정과 경쟁을 푸른 바다의 이미지와 함께 그려낸 <그랑블루>(1993)는 오는 7월 재개봉 예정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프리다이빙 라이벌인 자크 마욜(장마크 바)과 엔초 몰리나리(장 르노)의 우정과 경쟁을 푸른 바다의 이미지와 함께 그려낸 <그랑블루>(1993)는 오는 7월 재개봉 예정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노킹 온 헤븐스 도어>를 재개봉하는 엣나인필름 쪽은 노씨와 같이 추억을 좇는 30~40대가 이 영화의 핵심 타깃층이라고 말한다. 엣나인필름 주희 이사는 “지난 1월 강남 아트나인 개관행사 때 일주일 상영했는데, 30~40대 덕에 연일 매진이었다”며 “그 뒤 에스엔에스(SNS)와 전화를 통해 ‘재개봉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주 이사는 “아무래도 30~40대가 영화의 새로운 관객층으로 급부상하다 보니,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인기를 끄는 것 같다”며 “이들은 ‘추억’을 찾고 느끼는 데 드는 8, 9천원의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브레터>, <4월 이야기>를 재개봉한 영화사 조이앤컨텐츠 쪽은 “복고 열풍”을 한가지 원인으로 꼽았다. 이 영화사 윤수비 대리는 “<건축학개론>이나 <써니>가 30~40대에게 공감을 얻으며 흥행 돌풍을 불어온 것과 비슷한 맥락 아니겠느냐”며 “옛날 것을 즐기되, 넓은 스크린과 빵빵한 사운드로 즐기고픈 욕구 때문에 극장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문화의 본격 수혜자였던 30~40대를 만족시킬 문화코드가 현재 없다는 점이 재개봉 영화 열풍의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중문화평론가 황진미씨는 “당시 20대는 현재 30~40대가 됐는데, 인구학적으로 20대보다 수가 많은데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더 여유롭다”며 “그럼에도 이들의 경제력에 견줘 소비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는 너무나 적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당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대중문화를 접한 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장르는 영화고, 때문에 당시의 감성을 담은 영화들이 지금도 어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재개봉 영화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별될까? 먼저 시대적 아이콘이 된 영화들이다. <레옹>을 홍보하는 프리비젼 쪽은 “<레옹>이나 <러브레터>등 재개봉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이미 ‘90년대의 고전’으로 각인돼 있다”며 “30~40대는 ‘빵모자와 동그란 선글라스’, ‘오겡키데스카’로 상징되는 시대적 아이콘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극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 영화 외에도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등 90년대를 풍미한 영화들에 대한 재개봉 요청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로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처럼 마이너 감성에 가깝지만 팬층이 확실한 영화들이다. 엣나인필름 쪽은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흥행 대작은 아니지만 작품성이 뛰어난데다, 같은 제목의 삽입곡이 명곡 중의 명곡 이라는 강점이 있다”며 “수적으로는 많진 않지만 공고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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