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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한 봉 감독 말 듣고 출연 결정…너무 믿었죠”

등록 2013-07-25 16:58수정 2013-07-25 17:19

영화 ‘설국열차’의 개봉을 앞두고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송강호(46). 이정아 기자
영화 ‘설국열차’의 개봉을 앞두고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송강호(46). 이정아 기자
[송강호 인터뷰] 영화 ‘설국열차’ 다음달 1일 개봉
열쇠공 남궁민수역…존 허트·크리스 에반스와 열연
“세계(기차) 자체를 파괴해야 새로운 길이 열리죠”
“설국열차의 남궁민수는 ‘패러다임 전환자’예요. 꼬리칸 사람들의 지도자인 길리엄(존 허트)과 커티스(크리스 에반스)가 맨 앞 칸으로 전진하는 것이 세상의 질서를 바꾸는 방법이라고 믿었다면, 남궁민수는 ‘그렇지 않다. 이 세계(기차) 자체를 파괴해야 새로운 길이 열린다’며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죠.”

다음달 1일 <설국열차>의 개봉을 앞두고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송강호(46)는 자신이 생각하는 영화 속 남궁민수의 존재를 이렇게 설명했다. 송강호가 맡은 남궁민수는 일종의 ‘열쇠공’으로, 꼬리칸의 반란에 꼭 필요한 문을 열어주는 인물이다. 송씨는 영화 속에서 남궁민수가 다른 사람들과 굉장히 다른 ‘이질적’인 느낌으로 그려지는 것도 바로 이런 ‘패러다임의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내가 영어를 못해서 (허허허) 한국말 대사를 한 줄 아는데, 봉준호 감독이 구태여 ‘통역기’까지 동원해 남궁민수만 한국어를 쓰도록 설정한 것도 이런 이질감을 극대화 하기 위한 방편이었죠.”

영화 속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원래 시나리오에는 ‘남궁민수’의 전사(?)도 등장을 했다고 한다. “남궁민수는 윌포드(에드 해리스)가 기차를 만들 때 고용한 경남기업에 소속된 금속제조업자예요. 경남기업 로고가 찍힌 점퍼를 입고 윌포드와 악수하는 사진이 등장해야 되는데, 짤려서…. 궁금하셨죠?”

남궁민수에 대해 애초 설정과 달라진 부분은 또 있다. 봉준호 감독은 남궁민수의 캐릭터를 ‘곰처럼 뚱뚱하고 거대해 미스터리해 보이는 인물’로 설정했다고 한다. “사람이 무슨 풍선도 아니고 어떻게 한꺼번에 살이 찌겠어요? 게다가 체코에서 촬영을 하며 음식 때문에 살이 더 빠진 거예요. 애초 설정과 달랐지만 봉 감독이 ‘더 낫다’고 하더라고요. 허허허.”

영화 ‘설국열차’의 개봉을 앞두고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송강호(46). 이정아 기자
영화 ‘설국열차’의 개봉을 앞두고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송강호(46). 이정아 기자

봉 감독은 이렇게 영화를 촬영하며 대부분의 경우, 송씨의 연기와 캐릭터를 믿고 지켜봐줬다고 한다. <살인의 추억>, <괴물>을 통해 둘 사이 쌓인 신뢰 때문일 것이다. “시나리오 받기도 전에 봉 감독이 흥분해서 스토리를 설명하는 걸 듣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는데, ‘신기하다·새롭다·놀랍다’는 세 단어만 떠올랐어요. 물론 ‘이게 현실화 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죠. 하지만 뭔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엔 저도 덩달아 흥분한 상태였고, 또 봉 감독을 너무 믿었죠. 허허허.”

‘외국의 유명배우들과 연기를 하면서 상대적으로 송강호의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맞는 평가”라며 “한국 관객은 아쉬울 수 있지만, 이 영화 자체가 글로벌 프로젝트인 만큼 각 배우들의‘조화’에 방점을 찍다보니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무엇보다 외국배우들과 연기를 하면서 “촬영장을 밝게 하는 그들의 에너지에 감동 받았다”고 했다. 대체적으로 한국에선 영화 촬영을 하며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되지만, 외국 배우들은 다른 배우들을 배려하고 언제나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은 가장 나이가 많은 존 허트부터 가장 어린 루크 파스콸리노까지 마찬가지였단다.

“‘설국열차’ ‘살인의 추억’ ‘괴물’ 모두 점일 뿐이죠
작은 점들이 모여 송강호 연기인생 만드는 거죠”

영화 ‘설국열차’의 개봉을 앞두고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송강호(46). 이정아 기자
영화 ‘설국열차’의 개봉을 앞두고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송강호(46). 이정아 기자

영화의 완성본을 보고 아쉬운 점은 없을까? 그는 “영화 자체엔 없는데, 외국 배우들과 회식을 많이 못한게 아쉽다”며 “딱 3번 회식, 아니 파티를 했는데, 폭탄주 먹고 취하고 이런 거 없이 주로 맛있는 체코 맥주를 마셨다”고 말했다.

<설국열차>라는 영화가 배우 송강호의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을지 물었다. “그냥 ‘점’이요. <살인의 추억>도 <괴물>도 제 배우 인생엔 하나의 점일 뿐이예요. 작아보이지만 그 점들이 모여 배우 송강호를 만들고, 송강호의 연기인생을 만드는 거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예요. 너무 쿨한가요? 허허허.”

영화의 흥행여부에 대해서도 그는 쿨했다. “전작 <푸른소금>과 <하울링>은 흥행성적이 별로였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자연의 이치에 따라 가야죠. 흥행이 잘 되는 봄과 여름 같은 찬란한 날이 있었다면, 가을이나 겨울처럼 흥행이 안 되는 때도 있는 것이고. 연기는 스포츠 경기처럼 90분의 승부는 아니잖아요? 흥행여부가 제 배우인생의 패러다임을 바꾸진 않죠.”

“세계적인 작품을 찍은 만큼 해외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물으니 그는 “이병헌이나 비처럼요? 우하하하. 전혀 그런 목표로 영화를 찍은 건 아니고요. 전 세계에 이 작품이 선보여져 한국의 독특한 영화를 알릴 수 있다는 점, 천재적인 봉준호 감독과 다시 작업했다는 점 등이 이 영화가 제게 준 최대의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설국열차> 외에도 <관상>, <변호인>까지 무려 3편의 영화 개봉을 앞 둔 그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지만, 올 해는 세 작품 모두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며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거 너무 노골적인가? 그래도 기사에 그냥 쓰셔도 돼요”라고 예의 그 ‘허허허’라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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