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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위안부 문제 흥분·분노 넘어 평화의 따스함 담고 싶었다”

등록 2013-08-04 20:11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싶은 것>을 연출한 권효 감독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카페에서 제작 과정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싶은 것>을 연출한 권효 감독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카페에서 제작 과정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다큐 ‘그리고 싶은 것’ 권효 감독
<그리고 싶은 것>(15일 개봉)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심달연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꽃할머니>의 제작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2007년 한·중·일 3국 작가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평화’를 주제로 그림책을 만들어 동시에 출판하기로 한다. 한국 작가 권윤덕씨는 위안부 피해여성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림책을 출판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일본 출판사는 우익들의 공격을 우려해 권씨의 그림책을 여러 차례 수정해달라고 요구한다. 이 영화는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한·일 양국의 극명한 역사인식 차이를 보여줌과 동시에 ‘평화’를 위해 우리는 어떤 눈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지 자문하게 한다. 영화를 만든 권효 감독을 지난달 31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중·일 그림책 공동 출간 작업에 참여한 일본 작가 하마다 게이코(왼쪽)가 심달연 할머니를 만나 “미안하다”며 울음을 터뜨리자 할머니가 위로를 건네는 영화 속 한 장면. 시네마달 제공
한·중·일 그림책 공동 출간 작업에 참여한 일본 작가 하마다 게이코(왼쪽)가 심달연 할머니를 만나 “미안하다”며 울음을 터뜨리자 할머니가 위로를 건네는 영화 속 한 장면. 시네마달 제공
위안부 그림책 제작과정 찍은 4년
평화 소중함 깨닫고 공감했던 시간
광복절에 전국 20개관서 개봉해요

“<그리고 싶은 것>을 찍었던 4년여는 제게 끝없는 배움과 깨달음의 시간이었습니다.”

권효(33) 감독은 2008년 처음 영화를 찍기 시작해서 2012년 초 촬영이 끝날 때까지의 제법 긴 시간을 이렇게 정의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찍는 것이 맞는가’를 수없이 되묻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편집을 여러번 거듭했다. 그는 “‘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결국 영화를 잘 만드는 방법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가 애초 이 영화를 찍게 된 것은 순전히 ‘개인적이고도 우연한 기회’ 때문이었다. “제 고모가 권윤덕 작가님이랑 친구셨어요. 한·중·일 평화 그림책 만들기 프로젝트를 한다던데, 독립영화를 하는 네가 이걸 찍어보면 어떻겠느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2008년 처음 권 작가님을 만나게 됐죠.”

권 감독은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잼 다큐 강정>이란 다큐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평소 ‘위안부 문제’를 다큐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여러 감독들이 이 문제를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르게 찍을 자신’이 없었어요.” 지금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는 꽤 많았다. 극영화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1991)를 비롯해 다큐도 <낮은 목소리>(1995) 연작 3편 등 모두 7편, 애니메이션 <붉은 나무>(2003), 단편 <몸>(2002>도 제작됐다.

하지만 권윤덕 작가를 만나고 그림책 제작 과정을 살펴보며 그의 생각은 점차 바뀌었다. 특히 한국 작가들 회의에서 권 작가는 굳이 그림책의 첫 장에 ‘욱일승천기’를 넣지 않겠다고 버티고 다른 작가들은 ‘넣어야 한다’고 논쟁을 벌이는 과정을 보면서 권 감독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저도 처음엔 권 작가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때 작가님이 ‘국가 성폭력은 일본뿐 아니라 전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벌어지는 참혹한 일이기 때문에 일본만이 아닌 보편적인 전쟁의 문제로 그리고 싶다’고 말해요. 전쟁이 없어야 이런 참혹한 일이 없고, 그러기 위해서 평화가 필요하다는 거죠.” 권 감독은 그동안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흥분하고, 분노하고, 싸워왔다’면 이제는 ‘공감하고, 깨닫고,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결론을 담담하고 따뜻하게 담고 싶었단다.

권 감독은 할머니들에게 우리가 가한 ‘2차가해’의 문제와 한국이 저지른 또다른 국가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할머니들은 ‘몸 팔고 온 여자’라는 손가락질 때문에 오랜 시간 이 문제를 숨겼잖아요. 우리들의 책임도 커요. 또 한국이 베트남전에서 저지른 국가 성폭력 문제도 반성해야죠. 영화에 나오는 이런 부분은 굉장히 논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들 별다른 지적이 없더라고요. 다행인가요?”

그는 영화를 만든 것은 자신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배우 김여진씨가 영화 속 그림책 구연을,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음악을 맡아줬어요. 흔쾌히. 그리고 소셜펀딩을 통해 모금활동에 참여해 준 분들도 계시죠.” 영화 개봉을 앞두고 목표액의 약 75%인 1500만원 정도가 모금됐다. 수많은 도움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수익금 가운데 일부를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 기금’과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전달하는 ‘나비 기금’에 기부하기로 했다. 10일에는 대구에서 특별시사회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대구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 기금으로 내놓는다.

“심달연 할머니가 촬영 중반부터 8개월 넘게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병원에서조차 굉장히 밝고 유머러스하셨는데…. 끝내 퇴원 못하고 2010년 12월 돌아가시는 바람에 할머니가 ‘꽃누르미’(압화)하시는 장면을 찍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워요.”

개봉 예정관은 현재 전국 약 20개관에 불과해 관객들의 단체관람 신청을 기대하고 있다. “이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58명에 불과해요. 모두 돌아가시면 그 후의 문제는 우리 몫이죠.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생각하게 되길 바라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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