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폭력적 세상의 ‘외톨이’를 위한 응원

등록 2013-08-09 19:16수정 2015-10-23 18:55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아이들은 정체불명의 ‘세포’에 맞서 목숨을 건 전쟁을 벌인다. 웹툰 갈무리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아이들은 정체불명의 ‘세포’에 맞서 목숨을 건 전쟁을 벌인다. 웹툰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방과 후 전쟁 활동>, <목욕의 신>의 하일권 작가
다시, 고등학생인가. 하일권 작가가 현재 네이버에 연재하고 있는 <방과 후 전쟁활동>이 나왔을 때 든 생각이다. 대학을 졸업한 백수인 허세가 주인공인 <목욕의 신>의 메가히트로 잠시 잊히긴 했지만 하일권의 전작들은 언제나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었다. 데뷔작 <삼봉이발소>의 장미가 그랬고, <삼단합체 김창남>의 호구가 그러했으며, <두근두근두근거려>의 수구, <안나라수마나라>의 아이가 그러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세상을 지배하는 규칙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남자가 여자 수영복에 관심이 많은 걸 숨기고 사는 건(<두근두근두근거려>) 조금 특이한 취향의 문제로 돌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미와 호구, 아이 등이 겪어내야 하는 학교는 그보다 좀더 폭력적이다. 얼굴이 못생긴 장미는 외모에 대한 남자아이들의 무신경한 농담과 참견 때문에 종종 상처받고, 호구는 이름 그대로 학교 일진들의 호구가 되어 ‘빵셔틀’ 노릇을 하며 산다. 집안이 가난해서 당장 구멍 난 스타킹을 신고 다니는 아이는 형편이 넉넉한 다른 친구들에게 무시받는다. 요컨대 그들은 단순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생각하기에 폭력적 세상에 합류하지 못한다. <삼단합체 김창남>의 호구는 자신을 따돌리는 친구들이 나쁜 거 아니냐는 로봇 시보레의 말에 이렇게 독백한다. ‘당연한 그 말이 왜 위로처럼 들리는 걸까.’ 시보레의 말은 당연하지만 현실 속에서 듣기는 어렵다. 즉 보편이 실제 현실의 평균치와 균열이 생길 때 세상은 폭력적이라 말할 수 있다.

크게 성장담으로 묶을 수 있는 하일권 작가의 작품들 속에서 주인공들이 일탈을 통해 그 균열을 메우려 하는 건 그래서 흥미롭다. 여장을 하고 수구를 하거나(<두근두근두근거려>) 마술을 배우며(<안나라수마나라>) 이들은 폭력적 세상 속에서 작은 일탈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아주 조금씩 찾아나간다. 물론 여전히 세상은 남의 외모에 너무 쉽게 왈가왈부하고(<삼봉이발소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 심지어 배드 엔딩으로 끝나기도 하지만(<삼단합체 김창남>), 그럼에도 언제나 하일권의 작품은 그 외로운 싸움을 응원해주었다. <목욕의 신>이 그의 작품 중 가장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작품이었던 건 단순히 코믹해서가 아니라 금자탕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그 일탈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너만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고 도닥여줬기 때문이다. <목욕의 신> 후속작 <방과 후 전쟁활동>이 앞으로 담아낼 이야기가 더 궁금한 건 그래서다. 과연 전쟁과 병영 문화라는 그 어느 때보다 폭력적인 상황을 감내해야 하는 이 아이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식으로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아직 알 수 없지만 여전히 하일권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 싸움을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역시 보편과 평균의 균열 속을 사는 한 사람으로서.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