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몸을 가진 주인공의 모험담이었던 <덴마>는 어느 순간 거대한 우주관을 보여주고 있다. 웹툰 갈무리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덴마> <누들누드>의 양영순 작가
<덴마> <누들누드>의 양영순 작가
화요일, 금요일, 일요일 자정마다 양영순 작가의 웹툰 <덴마> 댓글 창에는 ‘믓시엘’이라는 외침만이 가득하다. 만화 속 가상의 종교인 태모신교에서 ‘아멘’처럼 사용되는 이 문구는 <덴마>라는 종교, ‘영순느님’이라는 신을 섬기는 독자들의 신앙 고백과도 같은 것이다. 때로는 게재가 늦지만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때로는 오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스토리라고, 때로는 감히 스토리를 예측해서 죄송하다는 뜻으로 그들은 ‘믓시엘’을 외친다. 이 신앙의 행렬 속에서 <덴마> 신자들이 가장 마음속으로 크게 외치는 소망은 이것일 것이다. 제발 무사히 완결까지 가주소서, 믓시엘.
성인 극화의 거두인 김성모 작가나 일상 만화의 대가인 김양수 작가처럼 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작가들도 공통적으로 “타고난 천재”라 입을 모을 정도로, 양영순이라는 이름에는 언제나 천재라는 수식이 따라붙는다. 섹스라는 코드를 절묘하게 유머로 풀어낸 <누들누드>로 출판 만화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데뷔 초부터, 아직 웹툰이 제대로 정착하지 않은 시절 탁월한 작화와 멀티 플롯으로 웹툰 퀄리티에 대한 편견을 깼던 판타지 대작 <천일야화>까지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번뜩임이 있었다. 하지만 그 뒤 연재했던 <삼반이조>가 너무 급작스럽게 이야기를 전개하며 완결되고, <협객전>은 이야기의 봉합이 이뤄지지 않은 채 완결되며, 네이버에도 연재했던 <플루타크 영웅전>이 아예 미완으로 끝나면서 그의 눈부신 재능은 게으른 천재의 그것으로 평가절하되었다. 첫 에피소드부터 눈을 잡아끄는 특유의 기발한 설정은 독자에겐 오히려 수습 못 할 무리수처럼 받아들여졌다.
2010년 1월부터 잦은 마감 지연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펑크 없이 주 3회로 연재되어온 <덴마>는 그래서 양영순 작가 스스로도, 독자 입장에서도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초기에만 해도 아이의 몸에 들어간 초능력자 주인공이 우주 택배 업무를 하며 벌어지는 모험을 개별적 에피소드로 풀어내던 이 작품은, 어느 순간부터 택배회사의 정체와 주인공 덴마를 둘러싼 수많은 인물의 사연을 거대한 우주관 안에서 녹여내는 스페이스 오페라가 되었다. 태모신교 종단과 우주 평의회, 그리고 거대 귀족가
문의 권력 투쟁까지 확장되는 이야기 앞에서 독자들은 환희와 동시에 학습된 불안함을 느꼈지만 장기 에피소드인 ‘God’s Love’(갓스 러브)나 ‘a catnap’(캣냅)마다 중요한 복선을 회수하고 마무리하면서 완결에 대한 두려움은 꼭 완결을 보고 싶다는 소망으로 대체됐다. 단언하건대, <덴마>가 지금까지 펼쳐진 이야기를 매조져 완결한다면, 한국은 세계 어디에도 자랑스럽게 내놓을 스페이스 오페라를 갖게 될 것이며, 지구력과 천재성 모두를 갖춘 작가 역시 갖게 될 것이다. 그러니 오늘 일요일 밤도 의심하지 말고 외치는 수밖에. 믓시엘.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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