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는 욕망 때문에 파멸해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근친상간적 표현 등을 문제 삼아 2번 연속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고, 영화는 결국 3번째 심의 끝에 3분가량 손질된 채 개봉한다. 호호호비치 제공
3번 심의 끝 개봉 ‘뫼비우스’
긴 직사각형 종이를 한번 꼬아 끝을 이어붙이면 ‘뫼비우스의 띠’가 만들어진다. 안과 밖을 구분할 수도, 시작과 끝을 구분할 수도 없이 영원한 순환 속에 빠지게 된다. 3번에 걸친 심의 끝에 비로소 개봉하는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는 이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 파멸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남편 외도로 시작된 가족파멸
대사없이 눈빛과 몸짓만으로
조재현·이은우 소름끼친 연기
욕망 표현하려 충격적 성묘사
심의로 3분 잘린채 극장 상영
김감독 “인간은 욕망의 복제물”
남편(조재현)의 외도로 증오심에 찬 아내(이은우)는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채 집을 나가버린다. 남편은 자신 때문에 불행에 빠진 아들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결국 아들의 상처를 완벽히 치유해 줄 수 없음을 깨닫는다. 남편은 아들을 위해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바친다. 아들은 아버지의 내연녀(이은우·1인 2역)를 찾아가고, 서로의 상처를 덧나게만 할 것 같았던 둘은 상처를 보듬는 또다른 관계를 형성한다. 남편의 노력으로 아들의 상처가 어느 정도 회복돼 가던 어느날, 집을 나갔던 아내가 돌아오면서 가족은 사랑과 연민, 질투와 복수로 점철된 ‘욕망’으로 인해 상상할 수 없는 파멸로 치닫게 된다.
영화는 파멸이 각자의 욕망에서 비롯됨을 이야기한다. 또 더 나아가 가족 자체도 남녀의 성적 욕망의 결합과 그 결과물로 이뤄지기에 결국 성적 욕망과 가족 그리고 개인은 모두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고 말한다. 김기덕 감독은 시사회 뒤 기자회견에서 “애초 인간은 욕망에서 태어나고 욕망으로 나를 복제한다”며 “그렇게 우리는 하나로 연결된 존재고, 결국 내가 나를 질투하고 증오하며 사랑한다”고 설명했다.
<뫼비우스>는 독특하게 대사가 전혀 없다. 모든 줄거리는 오로지 배우들의 눈빛과 몸짓만으로 표현된다. <나쁜 남자> 이후 11년 만에 김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조재현은 ‘김기덕의 페르소나’라는 별칭에 걸맞게 압도적 연기를 선보이고, 아내·내연녀 역의 이은우는 1인 2역을 맡아 서로 다른 인물을 소름끼치게 소화해냈다. 첫 주연작인 <범죄소년>으로 도쿄 국제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서영주 역시 15살이라는 어린 나이가 무색할 만큼 난해한 영화 속에 녹아들어간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들의 군더더기 없는 연기는 대사가 없다는 사실조차 잊게 할 정도다.
영화에는 비정상적인 성적 행위를 비롯해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장면들이 등장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후 <피에타>까지 다소 수위를 조절해가던 김 감독의 표현방식이 초기작들에서 보여줬던 ‘날이 서고 난해한 표현방식’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김 감독 영화의 ‘본 모습’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반갑겠지만, 싫어하는 관객들에겐 불편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뫼비우스>는 올해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베네치아영화제(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지난해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에 이은 2년 연속 초청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3차례 거치며 결국 3분 정도가 잘려나가 “불구가 돼 버린” <뫼비우스>의 원본은 오직 베네치아영화제에서만 상영된다고 한다. 5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대사없이 눈빛과 몸짓만으로
조재현·이은우 소름끼친 연기
욕망 표현하려 충격적 성묘사
심의로 3분 잘린채 극장 상영
김감독 “인간은 욕망의 복제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