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희>의 장면들. 홍상수 감독은 “충고란 것들이 하나의 기성상품처럼 입 사이를 떠돌며 다른 사람의 몸에 억지로 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영화제작 전원사 제공
[문화‘랑’] 남·여 기자의 ‘따로 감상기’
홍상수 감독 새 영화 ‘우리 선희’
한 여자 둘러싼 세 남자 이야기
선희한테 푹 빠져버린 그들
결론은 ‘니들이 선희를 알아?’ 12일 개봉하는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우리 선희>는 세 남자가 한 여성을 두고 착각하면서 똑같은 충고를 반복하는 영화다. 두 남녀 기자가 각각의 시선으로 본 영화 이야기는 이렇다. 남기자 “정말 어려운 게 여자” 세 남자는 영화학과 선후배 사이다. 모두 선희한테 푹 빠졌다. “선희는 너무 착하지. 내성적이긴 한데, 안목도 훌륭하고 머리가 정말 좋잖아. 약간 또라이지만 용감하게 보이기도 하고.” 자기들끼리는 이런다. “사람들 보는 눈은 참 똑같구나.” 각자 선희와 만나서는 이렇게 말한다. “넌 내 인생의 화두야.”(초짜 감독이자 옛 애인 문수),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제일 예뻐.”(학과 선배이자 현역 영화감독 재학), “평생 네 편이 돼줄까? 그럴까?”(지도교수 최 교수). 선희는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세 남자의 마음을 하루에 한 명씩 흔든다. 처음엔 졸업 뒤 유학이나 가자는 심산으로 최 교수한테 정말로 추천서만 받으려 했을지 모른다. 신통찮은 추천서 한장 써주고 어쭙잖은 충고나 하는 최 교수가 심사를 꼬이게 했을까? 자기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는데 기성 감독이 된 세 사람들을 휘둘러보고 싶었을 수도 있다. 술자리에서 연령대별로 남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말 정도는 알고 있다. “문수야 변하지 마”, “선배님 저한테 왜 이렇게 쌀쌀맞으세요”, “선생님 다른 여자한테도 그렇게 했어요?” 선희의 주옥같은 말에 사내들의 가슴에는 돌멩이가 하나씩 던져진다. “걔 생각하면 마음이 울렁거리고 아린데, 그게 느낌이 너무 좋은거야.”(최 교수) 남자들한테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만 주면서 애달게 하는 선희의 솜씨가 관객들의 무릎을 치게 한다. 문수를 연기한 이선균이 “영화에서 재영이 형(재학)이랑 정유미(선희)가 키스하는 장면 보니까 실제로 여친이 키스하는 것처럼 질투가 나더라”고 할 정도다. 새삼 정말 어려운 게 여자다.
여기자 “니들이 선희를 알아?”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도 있을까. 그만큼 남자와 여자는 ‘관계’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너무나 다르다.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우리 선희>는 한 여자를 둘러싼 세 남자의 ‘김칫국’이라 해도 좋겠다.
선희는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졸업 뒤 오래 ‘잠수’를 탄 뒤 선희가 내린 결론은 유학이었다. 추천서를 받을 최 교수(김상중)를 찾아가지만, 최 교수가 내민 추천서는 영~ 성의가 없다. 다급한 마음에 “식사나 하자”니, 술 한잔 걸친 교수는 ‘작업’을 건다. “평생 너의 편이 되어줄까?”라는 느끼한 멘트를 날리며.
오랫동안 선희를 따라다닌 옛 남자친구 문수(이선균)는 영화감독이 됐다. 당연히 선희는 자격지심이 생길 수밖에. 그런데도 우연히 만난 그는 ‘선희가 날 찾아왔다’고 착각하며 엉겨붙는다.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선배 감독 재학(정재영) 역시 “술 사달라”는 선희의 말에 은근슬쩍 연애를 건다. 유부남 주제에. 선희의 사소한 한마디와 행동에 ‘찌질한’ 세 남자에겐 파문이 인다.
남자들은 ‘최고’, ‘제일’, ‘가장’ 같은 최상급 수식어를 참 좋아한다. 선희에게 작업을 거는 세 남자도 그렇다. “네가 최고다”, “네가 제일 예쁘다”, “너를 가장 아낀다”…. 그러나 선희에게 셋은 지나가는 남자들 중 하나이지 ‘최고’도, ‘제일’도 아니다.
세 남자는 선희에 대해 ‘아는 척’을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안목있고, 용감하고, 다소 또라이 같은 선희”는 결국 세 남자가 서로의 입에서 입으로 옮긴 피상적인 평가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기들이 아는 선희가 ‘진짜 선희’인 줄 안다. 언젠가 셋이 술을 마시다 각자 선희에 얽힌 추억을 꺼내놓게 된다면, 그땐 선희를 “헤픈 여자”라고 결론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도 남는 의문, “니들이 선희를 알아?”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한 여자 둘러싼 세 남자 이야기
선희한테 푹 빠져버린 그들
결론은 ‘니들이 선희를 알아?’ 12일 개봉하는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우리 선희>는 세 남자가 한 여성을 두고 착각하면서 똑같은 충고를 반복하는 영화다. 두 남녀 기자가 각각의 시선으로 본 영화 이야기는 이렇다. 남기자 “정말 어려운 게 여자” 세 남자는 영화학과 선후배 사이다. 모두 선희한테 푹 빠졌다. “선희는 너무 착하지. 내성적이긴 한데, 안목도 훌륭하고 머리가 정말 좋잖아. 약간 또라이지만 용감하게 보이기도 하고.” 자기들끼리는 이런다. “사람들 보는 눈은 참 똑같구나.” 각자 선희와 만나서는 이렇게 말한다. “넌 내 인생의 화두야.”(초짜 감독이자 옛 애인 문수),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제일 예뻐.”(학과 선배이자 현역 영화감독 재학), “평생 네 편이 돼줄까? 그럴까?”(지도교수 최 교수). 선희는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세 남자의 마음을 하루에 한 명씩 흔든다. 처음엔 졸업 뒤 유학이나 가자는 심산으로 최 교수한테 정말로 추천서만 받으려 했을지 모른다. 신통찮은 추천서 한장 써주고 어쭙잖은 충고나 하는 최 교수가 심사를 꼬이게 했을까? 자기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는데 기성 감독이 된 세 사람들을 휘둘러보고 싶었을 수도 있다. 술자리에서 연령대별로 남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말 정도는 알고 있다. “문수야 변하지 마”, “선배님 저한테 왜 이렇게 쌀쌀맞으세요”, “선생님 다른 여자한테도 그렇게 했어요?” 선희의 주옥같은 말에 사내들의 가슴에는 돌멩이가 하나씩 던져진다. “걔 생각하면 마음이 울렁거리고 아린데, 그게 느낌이 너무 좋은거야.”(최 교수) 남자들한테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만 주면서 애달게 하는 선희의 솜씨가 관객들의 무릎을 치게 한다. 문수를 연기한 이선균이 “영화에서 재영이 형(재학)이랑 정유미(선희)가 키스하는 장면 보니까 실제로 여친이 키스하는 것처럼 질투가 나더라”고 할 정도다. 새삼 정말 어려운 게 여자다.
<우리 선희>의 장면들. 영화제작 전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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