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빵점동맹>, <행복이론>의 마사토끼 작가
<빵점동맹>, <행복이론>의 마사토끼 작가
추석 연휴가 다가온다. 지금이야 추석이고 설이고 그저 소중한 연휴지만, 어릴 때는 역시 추석보다는 설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어른들에게 꼬박꼬박 절을 하고 세뱃돈을 모아 원하는 장난감을 살 때의 기분은 어른이 되어 이른바 ‘지를 때’보다 더더욱 행복했던 것 같다.
세뱃돈이 주는 행복한 정서를 객관적 이론으로 정립한 만화가 있으니, 바로 디시인사이드 ‘힛갤’에서도 전설로 인정받는 마사토끼의 단편 <행복이론>이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바닥일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것을 극복할 방안까지 제시하는 이 작가의 논리(혹은 궤변)에는 작품 안에서 표현되듯 ‘모순점을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아마추어 무대에서 포털 연재라는 빅리그로 안착한 뒤에도 여전히 마사토끼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그의 아마추어 시절 단편 가운데 <행복이론>을 예로 들기도 했지만 당시부터 현재 연재중인 <빵점동맹>(사진) 같은 작품까지 줄기차게 이어지는 그의 정체성은 이론가에 가깝다. <라이어 게임>이나 <도박 묵시록 카이지>처럼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을 그린 스릴러 <킬 더 킹>이나 동명의 게임 타이틀 공략법을 그 어떤 게임 잡지보다 명쾌하게 풀어낸 개그 만화 <삼국지 영걸전> 모두 미리 심어둔 장치들이 치밀하게 직조된 인과관계 속에서 마치 ‘루브 골드버그 장치’(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각종 장치로, 단순한 결과를 얻기 위해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처럼 하나의 결말을 향해 움직인다. 포털 연재를 하기엔 조금 낮은 작화 퀄리티를 그림 작가와의 협업으로 보충하는 지금도 그의 강점은 뚜렷한데, 특히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됐던 <매치스틱 트웬티>에서 주인공이 당장 눈에 보이는 몇 가지 사실만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은 앞서 인용한 대사처럼 ‘모순점을 찾을 수가 없’다. 요컨대 그는 설계하는 자로서의 이야기꾼이다.
다만 가슴보다는 철저히 머리의 힘을 빌린 이러한 설계 능력은 추리물 특유의 지적 쾌감에 비해 정서적 공감에서 약점을 드러낸다. 그가 ‘joanna’ 작가와 함께 네이버에 연재한 <커피우유 신화>와 현재 연재작 <빵점동맹>이 전작들에 비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커피우유 신화>가 <헌터×헌터> 같은 능력자 대결을 보여줄 때나 <빵점동맹>에서 주인
공 임수영이 커닝이 공부보다 비윤리적이지 않은 이유를 역시 ‘모순점을 찾을 수’가 없는 이론으로 설명할 때의 속도감과 쾌감에 비해 두 작품의 남녀 주인공이 정서적 공감을 느끼는 과정은 어딘가 사족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약점을 굳이 드러내면서까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작가의 욕심일까, 이론가로서의 자신을 극복하기 위한 트레이닝일까. 알 수 없지만 좀더 대중적인 시도를 해서라도 그의 작품을 안정적인 연재처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잘 짜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큰 행복이다. 세뱃돈과는 상관없는.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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