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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화려한 삶이냐, 소박한 삶이냐

등록 2013-09-23 19:29수정 2013-09-23 20:52

우디앨런 신작 <블루 재스민>
우디앨런 신작 <블루 재스민>
우디앨런 신작 ‘블루 재스민’

명품 치장 허영기 많은 언니와
평범하지만 최선 다한 동생 통해
‘어떤 삶이 더 나은가’ 질문 던져
나일론에 악어가죽 무늬를 입힌 가짜 명품 ‘진저백’과 명품 에르메스 핸드백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누구나 진짜 명품을 선택할 것이다. 삶은 어떨까. 누구나 꿈꾸는 ‘화려한 삶’, 그러나 그것이 거짓과 위선으로 쌓아올린 모래성과 같다면?

런던, 파리, 로마 등 유럽 도시를 영화 주제로 삼다가 오랫만에 자기 고향 뉴욕으로 돌아온 우디 앨런 감독이 꺼내든 회심의 질문은 다소 진부하고 고전적이다. 하지만 우디 앨런 특유의 재기를 버무린 신작 <블루 재스민>은 그런 통속성마저도 삶의 진리라 느끼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둘 다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입양된 처지지만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난 재스민(케이트 블란쳇)과 ‘열등한 유전자’만 가지고 태어난 진저(샐리 호킨스). 늘씬하고 아름다운 재스민은 자산가 할(앨릭 볼드윈)과 결혼해 뉴욕 중심가의 대저택에서 안주인 노릇을 하고, 고급 별장에서 파티를 열고,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다. 반면 여동생 진저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낡은 아파트에 살면서 식료품점 종업원으로 일한다. 그래도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며 정비사인 새 애인 찰리(바비 카나베일)와 사귀고 있다.

그러던 중 재스민은 남편의 외도와 사업실패로 하루 아침에 빈털털이가 되어 동생 진저를 찾아와 얹혀살게 된다. 몰락을 인정하지 못하고 조울증에 시달리는 재스민은 신경안정제에 의존해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날, 재스민은 자기 삶을 다시 화려하게 바꿔줄 완벽한 남자인 외교관 드와이트를 만나고, 그와 결혼하기 위해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게 된다.

우디 앨런 감독은 재스민의 현재 상황과 과거 회상을 교차시키면서 뉴욕 부촌인 햄튼, 맨해튼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후줄근한 모습과 대비시킨다. 재스민이 들고 있는 최고급 가방 ‘버킨백’과 가짜 명품인 ‘진저백’을 연상시키는 여동생 ‘진저’의 이름처럼 하늘과 땅 차이인 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영화는 “패배자 같지만 진실한 진저의 삶과 화려하지만 허울뿐인 재스민의 삶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를 묻는다.

케이트 블란쳇은 재스민 역을 200%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화려한 최상층 부인, 우울에 시달리는 신경증 환자, 멋진 남자를 잡기 위해 끼를 부리는 여자의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영화는 상당 부분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떠올리게 한다. ‘우디 앨런식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25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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