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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번째 작품 ‘화장’은 영화인생 ‘제2의 변곡점’”

등록 2013-10-06 16:05수정 2013-10-06 22:25

지난 4일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열린 <화장>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임권택 감독. <화장>은 뇌종양에 걸린 아내를 2년 동안 보살핀 한 중년 남성이 회사에서 젊은 여직원에게 연정을 품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면의 갈등을 담는다. 명필름 제공
지난 4일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열린 <화장>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임권택 감독. <화장>은 뇌종양에 걸린 아내를 2년 동안 보살핀 한 중년 남성이 회사에서 젊은 여직원에게 연정을 품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면의 갈등을 담는다. 명필름 제공
데뷔 50년 회고전 임권택 감독

부산영화제서 작품발표회
“김훈 소설 박진감 있는 문장
어떻게 영상으로 담을지 고민
이전과 전혀 다른 영화 될 것…
영화인생 50년, 참 행복했다”
“몇 년 전 일이에요. 밤에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60년대 액션영화 한 편이 나오는 거예요. 이런 유치하고 저질스러운 영화를 어떤 신인 감독이 만들었나 하며 보는데, 아~ 엔딩크레디트에 ‘감독 임권택’이라고 내 이름이 떡하니 올라가더군요. 허허허. 제목도 기억 안 나는 그런 부끄러운 영화는 필름이 불에 확 다 타버렸으면 좋겠는데…. 허허허.”

지난 4일 만난 임권택(77) 감독은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리고 있는 자신의 데뷔 50주년 기념 회고전(한국 영화의 개벽: 거장 임권택의 세계)에 대한 소감을 묻자 불쑥 이런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서편제>, <만다라>, <씨받이> 등 무려 71편이나 되는 그의 영화가 상영되는 이번 회고전이 그에게는 “뿌듯하지만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제가 1961년에 데뷔해 1970년까지 약 10년 동안 영화를 50편을 찍었어요. 찍었다기보단 1년에 5~6편씩을 찍어낸 거죠. 할리우드 영화를 베껴가면서 우리 삶과 무관한 영화를 흥행된다는 이유로 허투루마투루(아무렇게나) 찍어낸 거죠.” 그는 그런 ‘저급한’ 필름들을 다시 세상에 내놓는 것은 부끄럽지만, 반대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하고 사장된 좋은 영화들이 이번 기회에 다시 빛을 보게 되는 것은 “죽은 자식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50년 동안 무려 101편의 영화를 만든 노감독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그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잡초>(1973)를 꼽았다. “저급한 영화를 찍다가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대오 각성을 한 뒤에 만든 작품이 바로 ‘잡초’예요. 한국인의 삶과 생활양식을 담자고 생각해 이전의 체질화된 때를 다 벗겨내고 만든, 제 영화 인생의 변곡점이 된 작품입니다. 흥행에는 뭐 완전히 참패를 했지만….” 하지만 <잡초>는 원본 필름이 유실돼 이번 회고전에도 상영되지 못했다. 임 감독은 그 점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 편 더 꼽자면 <춘향뎐>(2000)을 꼽고 싶다. 그때까지 춘향전을 영화로 만든 게 14편인가 됐는데, 내가 만든 춘향뎐은 판소리의 멋과 맛을 살렸다는 점에서 지금 봐도 참 멋들어진 영화”라며 웃었다.

그는 4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자신의 102번째 영화 <화장>의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2004년 발표된 소설가 김훈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번 영화는 뇌종양에 걸린 아내를 2년 동안 보살핀 중년 남자가 직장에서 만난 젊은 여자 동료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갈등하게 되는 이야기다. 주인공에는 임 감독과 이미 6번이나 호흡을 맞췄던 안성기가 캐스팅됐다. 그는 이번 작품은 “예전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존에 쌓아온 것들로부터 한번 벗어나고 싶다, 완전히 거듭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까지는 우리 역사나 사회적 배경 속에서 같이 구르며 살아온 사람들의 얘기를 담았지만, <화장>은 오로지 현대를 살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의 의식의 추이, 감정의 결 등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겁니다.” 평소 소설가 김훈의 작품을 기다렸다 읽는 ‘열성팬’이라는 임 감독은 요즘 “김훈이 쓰는 문장의 박진감을 영상으로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중”이라며 “<화장>이 어쩌면 내 영화 인생 ‘제2의 변곡점’이 될지 또 모르지 않냐”고 말하며 허허허 웃었다. 여든이 다 된 나이에도 여전히 변화를 꿈꾸는 그답다.

‘거장’에게도 영화에 대한 후회나 남은 소망이 있을까? “누가 저급한 영화 만들었던 60년대로 돌아가서 고칠 기회를 준다고 해도 ‘싫다’고 할 겁니다. 그 역시 내 딴에는 당시 처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예요. 지나고 보니 영화란 나이만큼 찍히는 것이구나 싶어요. 그래서 그 결과물 역시 내 업이 되는 거고요.” 그는 지난 50년 동안 사랑하는 영화와 늘 함께했기에 앞으로 뭔가를 더 바라는 것 역시 “분수없는 짓 같다”며 “참 행복하게 살았다”고 했다.

부산/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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