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는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착륙하지 못하게 된 비상상황 속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호호호비치 제공
[문화‘랑’] 영화
하정우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
추락 위기 비행기 안에서의 소동
하정우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
추락 위기 비행기 안에서의 소동
하정우(35)는 영화계에서 ‘입봉 전문 배우’로 불린다.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김병우 감독의 <더 테러 라이브> 등 여러 감독들의 입봉(데뷔를 말하는 영화계 용어) 작품에 출연해 영화를 성공시키며 붙은 별명이다. 이후 나홍진 감독은 <황해>, 윤종빈 감독은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충무로 일급 감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정우도 이들 작품에 연이어 출연해 ‘하대세’(하정우가 대세)라는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스타가 됐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롤러코스터>(17일 개봉)를 통해 아예 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 연출에서도 하정우가 ‘하대세’를 이룰 수 있을까?
<롤러코스터>는 영화 <육두문자맨>으로 한류 스타의 자리에 오른 배우 마준규(정경호)가 바비항공 일등석에 타면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마준규는 아이돌과 열애설이 터져 급히 한국행 비행기에 탔는데, 비행기 안에는 어딘가 좀 이상하고 무시무시해 보이기까지 하는 탑승객들과 승무원들이 있다. 마준규의 스캔들 기사를 쓴 파파라치 김현기(최규환), <육두문자맨>에 투자를 했다는 이유로 마준규에게 90도 인사를 강요하는 짜사이항공 회장(김기천)과 여비서(손화령), 마준규의 욕설이 육식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스님(김병옥), 어떤 상황에서도 ‘공손함’을 잃지 않는 넘버원 승무원 김활란(김재화)까지. 이들이 탄 비행기가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한국 공항에 착륙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일등석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롤러코스터>는 웃기는 대사와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가 합쳐져 예상 못한 웃음를 뽑아내는 코미디 영화의 공식을 잘 따른다. 정경호는 비행공포증·편집증·결벽증을 두루 갖춘 마준규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다. <육두문자맨>에 나오는 욕을 해보라는 어린아이의 귀에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서슴지 않고 하는가 하면, 비행기가 추락 위기에 몰리자 “주님, 이 비행기를 주관해달라”며 진지하게 기도를 올린다. 조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스님 역의 김병옥이 목탁 소리에 맞춰 씨스타의 ‘나혼자’를 랩으로 부르는 장면은 압권이다.
단 한순간의 쉼도 없이 쏟아지는 대사는 다양한 캐릭터를 펄떡이게 한다. 애드리브를 최대한 배제하고 촬영기간보다 더 긴 3개월 동안 대본을 읽는 리딩 연습을 거쳐 대사를 다듬었다는 하정우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중간중간 터져나오는 욕설도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욕을 할 때도 솔(영혼)을 담아서 한다”며 정경호에게 욕을 가르쳤다는 하정우의 농담이 진담으로 들릴 지경이다. 아쉬움도 있다. 착륙 실패라는 반복되는 상황과 웃기는 대사만으로 이어가기엔 1시간30분이 넘는 러닝타임이 버겁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영화는 ‘하정우식 코미디’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진지한 면모 못잖게 어딘가 웃음을 짓게 만드는 하정우를 닮아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는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착륙하지 못하게 된 비상상황 속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호호호비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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