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의 마술사’로 불리는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신작 <어바웃 타임>은 집안 내력으로 과거로 시간 되감기를 할 수 있는 주인공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사 하늘 제공
생애최고의 순간, 바로 오늘
영화 ‘어바웃 타임’
영화 ‘어바웃 타임’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대부분 사람들은 과거를 돌이킬수만 있다면, 현재의 삶이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으며 이 말을 곱씹는다. 시간을 뛰어넘는 타임슬립 영화나 만화에서 ‘만약 내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이라는 설정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1994), <노팅힐>(1999),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 <러브 액츄얼리>(2003) 등의 각본을 쓴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 리차드 커티스의 신작 <어바웃 타임>도 이처럼 다소 진부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가볍지만 품위를 잃지 않는 유머에 휴머니즘과 인생에 대한 통찰이 더해진 이 영화는 “역시 리처드 커티스”라는 감탄을 자아낼만 하다.
‘미래로는 갈 수 없지만, 과거로는 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집안내력으로 물려받은 팀(톰 글리슨). 21살이 되던 해,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이 놀랄만한 비밀을 듣게 된 팀은 이 능력을 오로지 자신의 반쪽을 찾는데 쓰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런던으로 간 팀은 우연히 사랑스런 여인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시간을 되감으며 고군분투를 벌이게 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기에 메리가 ‘모델 케이트 모스의 팬’이며 ‘얼마 전에 자른 앞머리 때문에 고민 중’이라는 정보를 알게 된 팀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며 팀의 인생은 뒤죽박죽이 될 위기에 빠지고 만다.
<어바웃 타임>이 남녀간의 뻔한 사랑을 다룬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에 머물지 않고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까지 담아내는 데는 특별한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인 팀과 아버지의 관계가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50살 생일이 되는 해에 대학 교수직을 그만둔 뒤 아들과 탁구게임을 벌이고, 가족들과 매일 바닷가를 산책하며, 주말마다 함께 영화를 보는 데 시간을 보내는 팀의 아버지. 그는 아들에게 자신이 먼저 깨닫게 된 인생의 비밀을 넌지시 알려준다. 그리고 팀은 아버지와의 영원한 이별을 통해 ‘오늘이 특별한 삶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매일매일 열심히 살기’가 바로 그 비밀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행복한 삶이란 과거로 시간을 되감아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이상 시간을 되감을 필요가 없는 삶이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도 인상적이다. 영국 콘월의 평화로운 바닷가에서의 산책,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진행되는 결혼식 등의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또 포크 풍으로 편곡된 ‘하우 롱 윌 아이 러브 유’, 이탈리아 가수 지미 폰타나의 ‘일 몬도’ 등의 삽입곡은 <러브 액츄얼리>의 ‘올 유 니드 이즈 러브’ 만큼이나 연인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겨울 시즌 명곡이 될 듯 하다. 12월5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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