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스틸러가 주연과 감독 1인 2역을 맡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상상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인 평범하고 소심한 중년남 월터가 뜻하지 않은 여행길에 오르면서 진정한 자아와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코미디 장르지만 볼거리가 가득하고, 철학적 성찰이 도드라진다. 올댓시네마 제공
[문화‘랑’]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논리학은 당신을 A에서 B로 이끌겠지만, 상상력은 당신이 어디든 갈 수 있게 해준다.”(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현대인의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따분한 이유는 뭘까? 하루하루 쏟아지는 일에 치이다 보면 특별한 일을 해볼 틈도, 낯선 곳에 가 볼 여유도, 그렇다고 평범한 삶을 뒤흔들 엄청난 일이 벌어질 리도 만무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평범한 독신 월터 미티(벤 스틸러)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사진 잡지 <라이프>의 포토 에디터인 월터는 어린 시절 가졌던 꿈은 잊은 채 매일 아침 빌딩 숲 사이로 출근하고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월터의 유일한 탈출구는 ‘상상’뿐. 상상 속에서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화재 현장으로 뛰어드는 용감한 영웅이자 밉상인 직장 상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말재주를 지닌 재치꾼이지만, 실제로는 호감을 가진 직장 동료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걸지 못하는 소심하고 답답한 중년 남자일 뿐이다.
첨단 그래픽으로 웅장한 영상
참모습은 기록보다 기억해야
감독·주연 벤 스틸러 코믹연기 그러던 어느 날, 월터가 16년째 몸담은 직장 <라이프>지의 폐간이 결정되고, 월터는 유명 사진작가 숀 오코넬(숀 펜)이 보내온 마지막 호의 표지 사진(‘삶의 정수’를 담았다는 필생의 역작)을 분실하게 된다. 더욱이 <라이프>지가 폐간과 더불어 인터넷 매체로 전환되면서 살벌한 구조조정 위기가 닥쳐온 터라 월터는 주거지조차 불분명한 사진작가 숀을 찾아 나서게 된다. 제임스 서버의 소설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1939)이 원작인 이 영화는 내용상으로는 주인공 월터가 ‘삶의 정수’를 찾아 세계 곳곳을 헤매면서 잃어버렸던 꿈과 삶의 희열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중년 남성 성장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경제공황이 닥친 1930년대 중년 남성의 우울한 자화상을 ‘상상’이라는 매개를 통해 풀어낸 원작 소설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현대적 배경에 맞게 시간과 공간을 바꿔 ‘뻔한 성장담’이라는 함정을 피해간다. 첨단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월터의 상상 속 장면을 스펙터클하게 그려내는 것은 물론, 월터가 사진작가 숀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서는 그린란드의 벌판, 아이슬란드의 화산폭발, 광활한 히말라야 산맥 등 아름다운 영상을 스크린 위에 펼쳐 놓는다.
감독과 주연 1인 2역을 맡은 벤 스틸러의 코믹 연기와 더불어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깨알 같은 은유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월터가 아프가니스탄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20시간 넘게 공항에 억류되는 장면이나 전신 엑스레이를 통과하며 적나라하게 알몸을 드러내는 장면은 유머를 곁들인 ‘벤 스틸러식 현실비판’이라 할 만하다.
월터는 16년 동안 상상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사진작가 숀이 보내준 필름을 통해 세상을 바라봤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만난 사진작가 숀은 “정말 아름다운 장면을 보면 렌즈에 담지 않고 그냥 지나가게 놔둔다”고 말한다. 영화는 결국 ‘상상’은 그것을 ‘실현하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고, ‘세상의 참모습’은 카메라로 ‘기록’하기보단 머릿속에 ‘기억’해야 의미가 있다는 진리를 이야기한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라는 영화 속 <라이프>의 모토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2014년에는 지금껏 상상만 했던 일에 한가지씩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그것이 ‘11박12일 지중해 크루즈 여행’ 같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얄미운 직장 상사의 커피에 침 뱉기’ 같은 소심한 복수일지라도 상관없다. 상상이 현실이 될 때는 늘 짜릿한 법이니까. 2014년 1월1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참모습은 기록보다 기억해야
감독·주연 벤 스틸러 코믹연기 그러던 어느 날, 월터가 16년째 몸담은 직장 <라이프>지의 폐간이 결정되고, 월터는 유명 사진작가 숀 오코넬(숀 펜)이 보내온 마지막 호의 표지 사진(‘삶의 정수’를 담았다는 필생의 역작)을 분실하게 된다. 더욱이 <라이프>지가 폐간과 더불어 인터넷 매체로 전환되면서 살벌한 구조조정 위기가 닥쳐온 터라 월터는 주거지조차 불분명한 사진작가 숀을 찾아 나서게 된다. 제임스 서버의 소설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1939)이 원작인 이 영화는 내용상으로는 주인공 월터가 ‘삶의 정수’를 찾아 세계 곳곳을 헤매면서 잃어버렸던 꿈과 삶의 희열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중년 남성 성장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경제공황이 닥친 1930년대 중년 남성의 우울한 자화상을 ‘상상’이라는 매개를 통해 풀어낸 원작 소설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현대적 배경에 맞게 시간과 공간을 바꿔 ‘뻔한 성장담’이라는 함정을 피해간다. 첨단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월터의 상상 속 장면을 스펙터클하게 그려내는 것은 물론, 월터가 사진작가 숀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서는 그린란드의 벌판, 아이슬란드의 화산폭발, 광활한 히말라야 산맥 등 아름다운 영상을 스크린 위에 펼쳐 놓는다.
벤 스틸러가 주연과 감독 1인 2역을 맡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상상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인 평범하고 소심한 중년남 월터가 뜻하지 않은 여행길에 오르면서 진정한 자아와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코미디 장르지만 볼거리가 가득하고, 철학적 성찰이 도드라진다. 올댓시네마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