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아델과 엠마 두 레즈비언의 사랑을 다룬다. 쥘리 마로의 만화 <파란색은 따뜻하다>가 원작으로, 만화 속 비극적 결말을 버리고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워너비 펀 제공
[문화‘랑’]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내달 개봉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내달 개봉
201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한국에서 과연 상영될지 우려도 나왔던 영화다. 여성 동성애자 이야기로 노출신과 정사신 수위가 한국 정서에 견줘 무척 높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1월16일 무삭제로 개봉한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긴 하지만, 세계적 화제작을 편집 없이 그대로 볼 수 있어 벌써부터 영화 팬들의 기대가 높다. 영화는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와 11월 열린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에서 전회·전석 매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가장…>은 2011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독자상’을 수상한 쥘리 마로의 만화 <파란색은 따뜻하다>(미메시스 펴냄)가 원작이다. 영화와 원작 만화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법’이 될 듯하다.
만화와 영화, 같은 점과 다른 점
평범한 고교생 아델(아델 엑사르코풀로스)은 감성적인 문학소녀다. 어느 날 아델 앞에 파란 머리의 미대생 엠마(레아 세이두)가 나타난다. 첫 만남은 단지 횡단보도에서의 우연한 스침이었지만 아델과 엠마는 운명처럼 서로를 기억하게 된다.
아델은 또래 남자친구와 사귀려 노력을 해보지만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하고, 친구인 발랑탱을 따라 게이바에 갔다 엠마를 다시 만나게 된다. 둘은 서로에게 끌리고, 아델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엠마에게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평범하고 현실적인 아델과 지적인 이상주의자 엠마는 서로의 다름 때문에 위기를 겪게 된다.
원작 만화와 달리 담담한 결말
평범해서 특별한 사랑 이야기
‘황금종려상’ 수상 두 여배우
정사신 세련된 연기 돋보여 영화는 원작 만화의 기본 설정과 대사를 상당 부분 따랐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만화 속 극적인 갈등을 과감히 생략하고 원작의 결말을 따르지 않았다. 원작에서는 아델이 엄마·아빠에게 레즈비언임을 들키는 장면과 갈등 양상이 극단적인 방식으로 그려지지만 영화에는 빠져있다. 또한 엠마와 결별한 아델의 운명도 다루지 않는다. 원작은 아델의 죽음 뒤 그의 일기장을 유언처럼 넘겨받은 엠마가 그것을 읽는 것으로 시작해 덮는 것으로 끝이 난다. 원작이 지닌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포기하고 담담한 결말을 택해 동성애라는 자극적 코드를 중화시키려 한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영화가 원작과 다른 또 하나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원작에서는 주인공 이름이 아델이 아닌 클레멘타인(클렘)이다. 신인 배우인 아델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촬영이 없을 때도 24시간 내내 카메라를 붙여놓다 보니 본명을 많이 부르게 돼 아예 극중 인물의 이름을 클렘에서 아델로 바꿨다고 한다.
원작을 넘어서려는 영화만의 미덕
이 영화가 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소재가 레즈비언의 사랑이라는 점, 그 어떤 영화보다 두 여성의 정사신이 적나라하게 그려졌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영화는 엠마와 아델의 정사신을 여러 차례에 걸쳐 극도로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은 20여분의 정사신을 위해 10여일 동안 촬영을 했으며, 4대의 카메라로 두 여배우의 온몸을 구석구석 찍어냈다고 한다. 케시시 감독은 “정사신을 찍을 때 추구했던 것은 마치 조각과 같은 아름다움이었다”며 “심미안적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데 모든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감독의 의도를 200% 살려낸 것은 레아 세이두(엠마)와 아델 엑사르코풀로스(아델)의 호흡이다. 차세대 프랑스 대표 여배우로 꼽히는 레아 세이두는 중성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이 넘치는 엠마 역을 맡아 과감한 연기 변신에 도전했고, 신인 아델 엑사르코풀로스는 파격적이고 세련된 정사신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칸 영화제 역사상 유례없는 주연배우의 황금종려상 공동수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하지만 눈이 부시도록 빼어난 정사신보다 더 훌륭한 이 영화의 미덕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평범함’이다.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은 동성애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전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로 그려내 동성애에 대한 관객들의 색안경을 벗겨낸다. 감독은 “나는 그들의 사랑(동성애)에 대해 공격적이지도 않고, 그것을 정의하려 하지도 않았다”며 “영화를 찍는 내내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냥 평범한 커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든 커플들이 겪는 만남에서 헤어짐까지의 뻔한 연애담, 결국 이 영화는 ‘너무 평범해서 특별한 사랑 이야기’인 셈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평범해서 특별한 사랑 이야기
‘황금종려상’ 수상 두 여배우
정사신 세련된 연기 돋보여 영화는 원작 만화의 기본 설정과 대사를 상당 부분 따랐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만화 속 극적인 갈등을 과감히 생략하고 원작의 결말을 따르지 않았다. 원작에서는 아델이 엄마·아빠에게 레즈비언임을 들키는 장면과 갈등 양상이 극단적인 방식으로 그려지지만 영화에는 빠져있다. 또한 엠마와 결별한 아델의 운명도 다루지 않는다. 원작은 아델의 죽음 뒤 그의 일기장을 유언처럼 넘겨받은 엠마가 그것을 읽는 것으로 시작해 덮는 것으로 끝이 난다. 원작이 지닌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포기하고 담담한 결말을 택해 동성애라는 자극적 코드를 중화시키려 한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영화가 원작과 다른 또 하나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원작에서는 주인공 이름이 아델이 아닌 클레멘타인(클렘)이다. 신인 배우인 아델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촬영이 없을 때도 24시간 내내 카메라를 붙여놓다 보니 본명을 많이 부르게 돼 아예 극중 인물의 이름을 클렘에서 아델로 바꿨다고 한다.
쥘리 마로의 만화 <파란색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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